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마트 달걀, 닭이 될 수 있다고? 알 하나로 배우는 생명의 의미

입력 : 2019.01.25 03:02

여름이네 병아리 부화 일기
ㅡ최덕규 글·그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오래된 질문이지만,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수퍼에서 파는 달걀과 씩씩하고 튼튼한 닭, 그리고 프라이드 치킨이 어떤 관계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수박이나 포도를 먹고 뱉어낸 씨에서 수박 넝쿨이나 포도나무가 자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요. 그 관계를 생생하게 이해하려면 달걀에서 병아리가 태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제일 좋겠죠. 그렇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요.

여름이네 병아리 부화 일기
/창비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낸 가족이 있어요. 여름이네는 마트에서 유정란을 골라 사 와서 부화를 준비합니다. 어미 닭이 알을 품을 때와 같은 온도를 만들어주고자 스티로폼 상자를 준비하고 그 안에 전구를 넣어 35도에서 40도를 유지합니다. 습도를 유지하려고 물이 든 컵을 같이 넣는 것도 잊지 말아야죠.

그대로 21일만 가만히 두면 달걀에서 병아리가 튀어나오는 걸까요? 아직 사람이 할 일이 남아있어요. 한쪽만 뜨거워지지 않게 정성스럽게 굴려주는 일입니다. 여름이는 보송보송한 병아리를 생각하며 달걀을 돌봐줍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걸까요? 한 마리도 부화하지 못했어요.

실패 원인을 찾아낸 여름이네는 다시 병아리 부화를 시도합니다. 그러면서 알을 낳는 다른 동물은 무엇이 있는지, 그들은 어떻게 자기 알을 돌보는지 알아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에 갇혀있던 눈이 트이고 시야가 확 넓어집니다. 모든 생명이 새롭게 보이죠.

결국 무사히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들은 씩씩한 닭으로 자라고, 시골집의 너른 마당으로 살러 갑니다. 달걀 하나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생명에 대한 이해까지 나아갑니다. 생명에 대한 생각이 튼튼한 병아리처럼 쑥쑥 자라나는 책이에요.



박사·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