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극', 1년에 50㎞씩 움직인대요

입력 : 2019.01.24 03:05

지구 자기장

얼마 전 저명한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북극'이 움직이고 있다는 글이 실렸어요. 북극은 원래 캐나다에 있다가 시베리아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그 속도가 과학자들 예상보다 빨랐다는 거예요. 잠깐, 지금도 북극곰이 사는 북극은 지구 북쪽 끝에 멀쩡하게 있는데 원래 캐나다에 북극이 있다는 건 무슨 소리일까요? 게다가 이동 중이라니요.

여기서 말하는 북극은 우리가 아는 '지리적 북극'과 다르기 때문이에요. 네이처에서 말하는 '북극'은 지구 내부에 있는 커다란 자석의 북쪽 끝에 해당하는 '자북극'(磁北極·North Magnetic Pole)을 말하지요. 나침반이나 실에 매단 자석의 N극이 가리키는 곳이에요. 자북극은 지구 자전축의 북쪽과 지표면을 만나는 지점인 지리적인 북극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한곳에 머무르지도 않아요. 지금까지 늘 조금씩 움직여 왔다고 해요. 이는 지구 속 자석이 만든 지구 자기장의 특징 때문이랍니다.

지구 안에는 큰 막대자석이 있어요

지구는 마치 양파처럼 여러 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어요. 가장 바깥쪽에는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단단한 땅인 '지각'이 있지요. 그 밑에는 두꺼운 '맨틀'이 있어요. 그 아래에 지구의 핵이 있는데 외핵과 내핵으로 나뉩니다. 외핵은 철 같은 금속으로 이뤄져 있는데, 지구 내부의 높은 열 때문에 용광로 속 쇳물처럼 금속이 녹아 흐르는 상태예요. 외핵 안 지구 중심부는 금속층인 내핵이 있어요. 내핵은 높은 열을 받고 있지만 받고 있는 압력이 어마어마해 단단한 고체 상태예요.

지구 자기장은 외핵이 만들어 내는 것으로 추정돼요. 외핵의 액체 상태 금속이 움직이면서 전류가 흐르고, 이 때문에 자기장이 생겨나지요. 지구를 관통하는 커다란 막대자석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구가 품은 자석의 양극이 지각과 닿는 곳이 각각 자북극(S극)과 자남극(N극)이랍니다.
지구 자기장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하지만 자북극은 지도에 찍혀 있는 지리적인 북극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요. 지구 중심에서 두 점의 각도를 재보면 약 10~15도 떨어져 있다고 해요.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지구 자전축과 자기장축이 미묘하게 어긋나 있기 때문이에요. 지구 자전축은 23.5도 정도 기울어 있는데, 자기장축은 13도 정도로 기울어 있거든요. 지리적인 북극과 남극은 자전축의 양끝이고, 자북극과 자남극은 자기장 축의 양끝이라서, 서로 일치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GPS나 내비게이션처럼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을 찾는 기기를 만들 때는 이런 차이점을 조정하고 있어요. 자칫하면 '지리상의 북극'에 가려다, 자북극에 닿게 될 테니까요.

100년간 1500㎞ 움직인 자북극

그런데 자북극은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아요. 외핵의 액체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구 자기장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지요. 1900년의 자북극은 캐나다 동해안 쪽에 있었지만, 2000년에는 그린란드 북쪽까지 이동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지리상의 북극 부근에 있지요. 약 1500㎞ 이상 움직인 겁니다.

자북극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규칙을 알면 대비하기도 쉬우니까요. 하지만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이동은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나와요.

이번에 네이처에 실린 영국지질연구소와 미국해양대기청(NOA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년 전만 해도 자북극이 1년에 15㎞ 속도로 이동했는데, 지금은 1년에 50㎞씩 옮겨간다고 해요. 무려 3배나 빨라진 거죠. 과학자들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5년마다 한 번씩 지구 자기장의 전체 '지도'를 만드는데, 그런 식으로는 더 이상 자북극의 이동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려워졌죠. 이 지도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으면, GPS나 내비게이션 같은 기기를 제대로 쓸 수 없게 됩니다.

자북극의 이동은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쳐요. 철새는 몸속에 지구 자기장에 반응하는 '생체 내비게이션'을 갖고 있어요. 자북극이 1년에 수십㎞씩 이동해 버리면 철새들이 이를 미처 따라잡지 못할 수 있어요.

지구 자기장 역전현상?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막대자석이 180도 반대방향으로 휙 돌아가지 않을까요? 실제로 지구의 자북극과 자남극이 방향을 완전히 반대로 바꾸는 '지자기 역전'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났어요.

대서양 같은 큰 바다 아래 깊은 계곡인 '해령'(해저산맥) 부근 암석에 증거가 담겨 있어요. 해령 부근의 암석을 분석하면, 암석이 만들어졌을 당시 지구의 자기 방향을 알 수 있거든요. 대서양 중앙 해령 부근에 있는 암석을 조사한 결과, 지자기 역전이 30만~40만 년 주기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완전한 형태의 마지막 지자기 역전은 약 78만 년 전에 일어났고, 약 4만 년 전 일시적으로(수백 년 정도) 지자기 역전이 일어났다가 원래대로 돌아갔답니다.

지구 자기장은 지구를 지켜주는 '보호막'이기도 해요. 자기장은 지구 전체를 감싸안아서 태양이 뿜어내는 방사선 입자인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고 있거든요. 만약 외부 자기장에 문제가 생기면 지구는 강한 태양풍을 뒤집어쓰게 될 거예요. 전류가 이상한 데로 흐르고 통신이 끊기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통신위성과 정보통신 기기가 먹통이 될 수도 있어요. 인류의 역사는 아직 짧기 때문에, 지자기 역전이 인간과 인간이 이룬 문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예측하기 어려워요. 지질학자들이 지구 자기장의 빠른 변화를 계속 지켜보는 이유랍니다.


김은영·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