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조선 시대엔 과거 급제한 사람을 선생이라 불렀죠

입력 : 2019.01.23 03:00

[역사 기록 속 '선생님' 호칭]
거문고 연주 백결·유학자 강수 등 뛰어난 예술가와 학자들에게 신라 때부터 선생 칭호 붙이기도
개화기에 근대 학교가 생기면서 선생이 교사의 호칭으로 굳어졌죠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에서 '선생님'이란 호칭 대신 '○○님' '○○쌤'이나 '○프로' 같은 호칭을 쓰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됐어요. 갓 선생님이 된 신임 교사가 교장 선생님을 '김쌤'이라고 불러도 된다는 뜻이에요.

교육청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했어요. 하지만 학교 선생님과 교원 단체, 나중에는 정치권까지 반발했어요. "국어사전에도 없는 준말이나 은어를 공식적인 호칭으로 정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어요. "교사를 낮춰 부르는 호칭이라 부적절하다"는 반응도 있었고요.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시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고,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선생님'이란 호칭은 언제 생겼고, 어떻게 쓰였을까요? 지금처럼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만을 일컫는 표현은 아니었다고 우리 역사는 전해요.

신라 백결 선생과 강구 선생

'백결(百結) 선생은 어떠한 사람인지 내력을 알 수 없다. 경주 낭산 아래에 살았는데 집이 매우 가난하여 옷을 백 군데나 기워 마치 메추라기를 달아맨 것 같았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백결 선생이라고 불렀다.'

[뉴스 속의 한국사] 조선 시대엔 과거 급제한 사람을 선생이라 불렀죠
/그림=안병현
고구려·백제·신라의 역사를 기록한 '삼국사기'의 '열전' 중 백결 선생에 대한 기록의 첫 부분이에요. 백결 선생은 신라 제20대 왕인 자비마립간(재위 458~479년) 때 활동했던 음악가입니다. 거문고 연주가 매우 뛰어나 신라를 대표할 정도였다고 해요. 떡방아 소리를 흉내 낸 '대악(碓樂)'을 남긴 인물로 알려졌지요.

삼국사기 열전에는 강수(强首)라는 인물에 대한 기록도 있어요. 강수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무렵의 인물로 유학을 공부한 학자였어요. 신라 태종무열왕이 즉위한 뒤 당나라 사신이 가져온 서신에 알기 어려운 대목이 있어 그에게 묻자, 해석과 설명에 막히는 곳이 없었어요. 왕이 감탄해 이름을 묻자 강수는 "신은 본래 임나가량(任那加良) 사람으로 이름은 우두(牛頭)라 하옵니다"라고 대답했어요. 왕은 "경의 두골을 보니 강수 선생이라 부를 만하다"고 칭찬했지요. 강수 선생의 본명은 우두였지만, 머리 뒤쪽에 뿔 같은 것이 나 있어 강할 강(强)자에 머리 수(首)자를 쓰는 '강수'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어요.

이런 기록을 통해 삼국시대부터 이미 선생이라는 호칭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어요. 백결 선생과 강수 선생의 예를 보면 신라에서 선생이란 뛰어난 학식을 갖추어 국왕의 자문 역할을 한 인물 혹은 경험이나 기술, 예술성 등이 뛰어난 인물을 높여 부르는 칭호였음을 짐작할 수 있어요. 두 인물 모두 가난하게 살면서도 재물에 뜻을 두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지요.

가르치는 사람 혹은 과거에 급제한 선비

선생이란 호칭을 남을 가르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사용한 사례도 역사 속에 나와요. '고려사'에 보면 고려 성종이 "중국은 고대부터 나라마다 교육기관을 세우고 '선생'을 골라 토론하고, 학생에게 그 내용을 익히게 했다"면서 고려도 중국을 모델 삼아 각 지방에 학자를 내려 보내는 대목이 나와요. 성종은 중국을 본떠 전국 12목(牧)에 경전에 밝은 경학박사와 의술에 밝은 의학박사를 각각 1명씩 파견해 학생들을 가르치게 했지요. '목'이란 지금의 '도' 같은 고려의 지자체 이름이에요.

조선시대의 석학 이이는 '학교모범'이란 저서에서 성균관에 거처할 때 유생이 지켜야 할 규범 중 하나로 '만약 선생이 성균관에 있으면 공손히 예의를 행한 뒤에 가르침을 받아 마음에 지니고 두루 실천하라'고 적고 있어요. 이이는 "선생은 곧 사장(師長)"이라는 말도 했어요. 사장이란 성균관의 으뜸 벼슬인 대사성을 가리켜요. 그만큼 스승을 우러르라는 충고였지요.

그런가 하면 과거에 급제한 사람을 선생이라고 높여 불렀다는 기록도 있어요. 조선 중기 문헌인 '해동잡록'에 따르면 '선비들이 글을 지으면서 술을 마시는 모임인 문주회에서 상대방을 부를 때 문과에 급제한 사람에게는 선생이라 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대인(大人)이라 했다'는 대목이 있어요. '고려시대부터 쭉 내려오는 관습'이라는 설명도 붙어 있고요.

이후 개화기에 근대 교육기관이 생기면서 '선생'이라는 말이 교사의 호칭으로 굳어졌어요. 이후 지금까지 초·중·고 교사를 선생이라고 부르고 있죠. 본받을 점이 많은 훌륭한 분을 '선생'이라고 높여 부르는 풍습도 여전하지요. 퇴계 이황 선생, 율곡 이이 선생, 소파 방정환 선생, 단재 신채호 선생, 백범 김구 선생처럼 말이에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저술가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