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미세 먼지 '매우 나쁨'이면 한 경기에 축구선수 한 명당 패스 4번 줄어

입력 : 2019.01.15 03:00

미세 먼지와 스포츠

미세 먼지(PM10) 수치가 매우 나쁜 상태인 랴오닝성 다롄에서 한 선수가 마스크를 쓰고 축구를 하고 있어요.
미세 먼지(PM10) 수치가 매우 나쁜 상태인 랴오닝성 다롄에서 한 선수가 마스크를 쓰고 축구를 하고 있어요.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쉽게 지친 선수들은 패스 횟수를 줄이게 된대요. /게티이미지코리아
올겨울 새로 유행하는 신조어가 있어요. 3일 한파에 4일 미세 먼지라는 뜻의 '삼한사미(三寒四微)'예요.

최근 중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대기오염이 지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오염된 공기를 많이 마시면 언어와 수학 점수가 낮아진다고 하는군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지만 전 세계 95%가 오염된 공기 속에서 살고 있으니 지구촌 어디에나 적용된다고 봐야겠죠.

이런 대기오염은 스포츠 경기력과도 직접적 관련이 있어요.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약 12년간에 걸쳐 독일 축구 분데스리가 3000게임을 분석한 연구가 있어요. 연구 결과 공기 중 미세 먼지(PM10) 농도가 짙을수록 축구 선수들의 패스 횟수가 줄어든다는 걸 발견했어요.

선수당 패스 횟수는 1게임당 평균 26회인데, 미세 먼지 농도가 16㎍/㎥ 증가할수록, 패스는 평균 0.4회 줄었다고 해요. 미세 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150㎍/㎥) 수준이면 경기마다 한 선수가 패스를 4번 정도 덜 하게 된다는 뜻이지요.

이 연구에서는 공기 오염이 증가할수록 선수들은 정확한 짧은 패스보다는 긴 패스를 선호하는 경향도 발견했어요. 미세 먼지 농도가 높으면 선수들은 쉽게 지치게 되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체력 소모가 적은 긴 패스를 선호하게 되는 게 아닌가 추측돼요. 미세 먼지가 심하면 짧은 패스가 치밀하게 이뤄져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축구를 관람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2017년 인도의 델리에서 열린 인도와 스리랑카의 한 크리켓 경기에서는 스리랑카 선수 11명이 고통을 호소했어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기준치보다 12배나 높았던 '델리 스모그' 때문이었죠. 이런 위험 때문에 WHO에서는 대기오염을 '새로운 담배(new tobacco)'라고까지 부릅니다. 우리나라도 미세 먼지 '나쁨'(81~150㎍/㎥) 이상일 때는 체육 수업을 실내에서 진행하도록 하고 있어요.

미세 먼지 같은 환경오염 문제는 스포츠 선수들의 경기력은 물론 건강 상태까지 위협해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4년 '올림픽 의제 2020'에서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우선적인 가치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하고,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고 감소시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협약을 준수하자는 거지요.

앞으로도 즐겁고 건강하게 운동을 하기 위해서 모두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어요.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인 '플로깅(plogging)'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스웨덴 말로 '이삭을 줍다(plocka upp)'와 '조깅(jogging)'이 합쳐진 단어예요. 물론 플로깅 하는 날은 미세 먼지가 적은 날로 골라야겠죠?

정부는 미세 먼지 수치가 '나쁨' 이상이면 유아나 학생들 실외활동을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어요. 야구나 축구 같은 실외 프로 스포츠 종목도 미세 먼지가 심한 날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경기를 취소하는 일은 드물어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요.



최의창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