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동귀의 심리학이야기] 돈 같은 보상보다 자기만족 위해 일해야 성과 더 좋대요

입력 : 2019.01.15 03:00

[내재적 동기]
美 심리학자 데시, 1971년 실험
보상 주면 처음엔 열심히 하지만 돈 주지 않자 곧 흥미 잃어버려

새해에는 많은 사람이 야심 차게 신년 계획을 세워요. 그런데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년 계획을 달성하긴 쉽지 않아요. 한 설문 조사에서는 신년 계획 26.9%가 한 달 안에, 34.4%가 석 달 안에 무너진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어요.

'접근 목표'를 세워라

신년 계획을 잘 지키려면 목표가 분명하고 구체적이며, 달성 가능해야 해요. 심리학에선 사람들이 자기 조절할 때 세우는 목표를 크게 '접근 목표'와 '회피 목표'로 구분합니다. '접근 목표'는 성적 높이기, 시험 합격 등 긍정적 결과를 목표로 삼는 것이고, '회피 목표'는 반대로 성적 떨어뜨리지 않기, 시험 낙제하지 않기 등 부정적 결과를 피하려는 것이에요.

[이동귀의 심리학이야기] 돈 같은 보상보다 자기만족 위해 일해야 성과 더 좋대요
/그림=박다솜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회피 목표보다는 접근 목표를 이루려 할 때 성과가 좋다고 해요. 회피 목표를 추구할 땐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성적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 공부하면 마음이 불안하고 공부도 잘 안 되겠죠. 그래서 다짐을 지키려면 회피 목표보다는 접근 목표를 세우는 게 좋아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

목표를 추구하려면 동기가 필요해요.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Deci)와 리치 라이언(Ryan)은 인간의 동기를 크게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로 나눴어요.

우리가 외부 지시나 보상 때문에 행동할 땐 '외재적 동기'가 작용했다고 해요. 외재적 동기는 칭찬이나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이고, 목표 그 자체와는 관련이 적어요. 반면, 보상이 없어도 목표 자체를 위해 애쓰는 경우 '내재적 동기'가 작동한 거예요. 자신의 흥미나 즐거움, 만족감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건강해지기 위해 농구를 하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내재적 동기가 작용한 것이에요. 반면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서 농구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외재적 동기에 의한 것이죠.

데시와 라이언은 두 가지 동기 중 '내재적 동기'로 행동했을 때 성과가 더 좋다고 주장해요. 데시 교수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1971년 한 실험을 했어요. A집단엔 퍼즐을 맞추면 1달러를 주고, B집단에는 아무런 보상을 주지 않았어요. 같은 실험을 한 번 더 하면서 두 집단 모두에게 아무 보상도 안 줬어요. 언뜻 생각하면 돈을 받았던 A집단이 더 열심히 참여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로는 A집단은 돈이라는 보상이 없어지자 돈을 줬을 때보다 성과가 크게 떨어졌어요. 반면에 애초 특별한 대가 없이 퍼즐을 맞춘 B집단은 시간을 더 들여가며 열심히 퍼즐 맞추기를 했죠.

보상받은 A집단 참여자들은 처음엔 열심히 하다가도 보상이 사라지자 곧 흥미를 잃어버리고 만 거예요. B집단 참여자들은 흥미와 의욕이 생겨서 계속 퍼즐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이고요. 즉, 돈이라는 외재적 동기보다는 즐거움 같은 자율적인 내재적 동기에 의해 퍼즐 맞추기를 했을 때 훨씬 더 몰입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자녀에게 "이번 시험에서 성적이 오르면 원하는 선물을 사주겠다"고 하는 부모님들이 있어요. 아이는 처음엔 원하는 선물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할 거예요. 하지만 다음 시험에 부모가 선물을 사주지 않는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결국, 스스로 '내 성적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아이가 꾸준히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율성 기르려면

우리 아이들이 내재적 동기를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녀가 잘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거나 벌주기보다는 잘한 행동에 칭찬과 격려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벌주는 것은 특정 행동을 줄일 수 있는 쉽고 강력한 교육 방법이지만, 반복되면 어른 지시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감이 같이 커집니다.

또, 자녀가 어떤 목표를 세울 때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는 격려해주세요. 당장 실현 가능성이 낮은 목표라고 해도 부모가 곧장 사실대로 지적하면 아이가 주눅 들 수 있어요.

아이들에겐 재미가 없더라도 반드시 노력해서 해야 할 일이 있죠. 시험이 대표적이에요. 아이가 "왜 시험을 봐야 하느냐"고 질문하면 이유를 잘 설명해주세요.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점수를 비교하기 위해서야"처럼요.

자율성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아이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규칙을 어기거나 부적절한 방법을 동원할 땐 부모가 개입해야 합니다.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은 알려줘야 하지요.

다른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에요. 자녀가 스스로 내재적 동기와 자율성을 기르기까지 부모의 인내심이 꼭 필요합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