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응답 속도 0.001초… 5G 기반 자율차가 인간보다 빨리 멈춰

입력 : 2019.01.10 03:00

[5G와 자율주행차]
지난달 국내서 5G 전파 송출 시작… 4G보다 대역폭 100배 넓어졌죠
2GB의 고화질 영화를 1초면 다운

지난달 1일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5세대(5G) 전파를 발사하기 시작했어요. 우선은 기업용으로 서울과 수도권, 6대 광역시 등지에서 시범적으로 운용을 개시했어요. 3월부터는 일반인도 전용 스마트폰을 이용해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쓸 수 있대요.

1990년대 말 영화를 보면 세련된 주인공이 벽돌만 한 휴대폰을 들고 통화하는 장면이 나오곤 해요. 음성 통화만 가능한 휴대전화(1G)였지만, 그땐 그게 첨단 기기였어요.

이후 문자 메시지가 가능한 2G 휴대폰이 나왔어요.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영상 통화가 가능한 3세대(3G), 속도가 빨라진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됐죠. 5G는 무엇이 달라진 걸까요?

고화질 영화 1초에 다운로드

2G 시대에는 건물 지하에서 통화나 문자 발송이 가능하냐, 즉 '전화가 터지느냐'가 관건이었어요. 그 뒤 처음 3G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때의 놀라움을 기억하세요? 지도, 버스나 지하철 등 교통편 검색, 소셜미디어, 게임 등의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져 나왔죠.

[재미있는 과학] 응답 속도 0.001초… 5G 기반 자율차가 인간보다 빨리 멈춰
/그래픽=안병현
하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속도가 무척 느렸어요. 3G 휴대전화로는 1초에 약 1.8메가바이트(MB)를 내려받을 수 있어요. 통신망이 완벽할 경우, 저화질 영화 한 편(약 800MB)을 내려받는 데 7분 24초가 걸렸죠. 4G 휴대전화는 이 시간을 15초로 줄였어요. 고화질 영화 한 편은 2기가바이트(GB) 정도 되는데, 5G 시대에는 1초면 받을 수 있어요.

이동통신 전송 속도가 이렇게 점점 빨라지는 건 '전화' 기능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과거엔 휴대전화가 음성·문자 중심이었지만, 스마트폰이 나온 뒤 급격히 영상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유튜브로 짧은 동영상을 한 편 보려 해도 일반 통화보다 100배 이상 데이터를 쓰게 돼요.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영상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필요성이 늘었죠.

스마트폰은 어떻게 이렇게 데이터를 빨리 전달하는 걸까요? 그걸 이해하려면 우선 '대역폭(bandwidth)'을 알아야 해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개개인의 스마트폰과 이동통신사 기지국 사이엔 전파가 달리는 길이 이어져 있어요. 그 길이 얼마나 넓은지 가리키는 말이 대역폭이에요.

왜 대역폭이 넓으면 속도가 빨라질까요? 자동차로 따지면 '차선 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요. 고속도로가 넓을수록 많은 차가 한꺼번에 달릴 수 있겠지요? 마찬가지로 대역폭이 넓어야 데이터를 빨리, 많이 전송할 수 있어요.

라디오 AM 방송과 FM 방송의 차이도 마찬가지 원리예요. AM 방송은 대역폭이 작아 사람 목소리 정도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요. 반면 FM 방송은 대역폭이 커서 음악 채널로 많이 쓰여요.

3G에서 4G로 가면서 대역폭이 25배 넓어졌고, 5G로 가면서 다시 100배 넓어졌어요. 3G가 외줄기 오솔길이었다면, 4G는 왕복 12~13차로 고속도로, 5G는 왕복 120~130차로 고속도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차선이 늘어나도 최고 제한 속도가 그대로라면 크게 빠르다는 느낌은 못 받겠죠. 그래서 5G는 종전에 사용하지 않던 초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해요. 차량 최고 제한속도도 함께 높인 거죠.

인간 뇌로 파악할 수 없는 시간차

5G의 또 다른 특징은 '응답 속도(laten cy)'랍니다. 응답 속도란 자극과 반응 사이의 시간을 뜻해요.

예를 들어 온라인 게임에서 적에게 총을 쏘면 내가 버튼을 누른 것보다 총알이 나가는 속도가 미세하게 느려요. 각각의 단말기가 게임 서버에 '쏘라'는 정보를 보내면 게임 서버에서 그 명령을 수행하는데, 내가 '쏘라'고 명령하는 순간과 실제로 총알이 나가는 순간 사이에 '내가 보낸 명령이 서버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걸리거든요. 이게 응답 속도랍니다.

3G에서 4G로 넘어갈 때는 응답 속도가 거의 개선되지 않았어요. 3G와 4G는 둘 다 데이터가 서버에 갔다가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0분의 3초' 정도예요. 하지만 5G 이동통신은 데이터가 서버까지 갔다 오는데 '1000분의 1초'밖에 걸리지 않아요. 인간의 뇌가 시각 정보를 해석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00분의 1초'라는 점을 고려하면 4G까지는 인간의 뇌가 데이터보다 빨랐지만 5G부터는 데이터가 뇌보다 빨라지는 거예요.

◇5G 기술의 최대 활용처, '자율주행차'

전문가들은 5G의 특징을 '3초(超)'라고 요약해요. 엄청나게 빨리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초고속), 무수히 많은 장치와 연결할 수 있고(초연결), 데이터가 오가는 가운데 벌어지는 시간 지연이 극히 짧다는 거예요(초저지연).

5G 시대에 가장 각광받을 분야로는 '자율주행차'가 꼽혀요. 초저지연성이라는 5G의 특징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죠.

4G 통신망일 때까지는 자율주행 차량이 정보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데 0.03~0.05초쯤 걸렸어요. 하지만 5G 기반이 되면 자율주행차량은 자기 앞에 물체가 튀어나온 지 0.001초 만에 브레이크를 밟아요. 시속 100㎞로 달리는 상황을 가정하면 4G 때는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81~135㎝를 더 이동했는데 5G때는 2.7㎝ 달리고 제동에 들어가는 거죠.

5G는 이 밖에 원격 지뢰 제거 작업, 원격 로봇 수술 같은 분야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제야말로 본격적인 사물인터넷 시대가 시작될 거라는 주장도 나온답니다.



서금영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