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한겨울의 꼬막이 가장 통통·쫄깃… 본고장인 벌교에서도 귀해졌어요

입력 : 2019.01.09 03:00

꼬막

꼬막은 전라도에서 설 차례상에 올릴 정도로 귀하게 여겨온 조개입니다. 작가 조정래씨가 소설 '태백산맥'에서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비릿하기도 한 그 맛"이라고 표현했지요. 바람이 매섭도록 차가워지는 한겨울이 제철입니다. 설 전후로 두 달 동안 가장 살이 오르고 쫄깃합니다.

우리나라에는 16가지 꼬막이 있습니다. 이중 참꼬막과 새꼬막, 피꼬막(피조개)을 흔히 먹습니다. 참꼬막과 새꼬막은 크기와 생김새가 거의 같아 구분이 힘들 정도입니다. 자세히 보면 참꼬막은 홈이 깊고 선이 17~20개 정도인 반면, 새꼬막은 얕은 홈이 30여 개쯤 나 있지요. 피꼬막은 크기가 아이 주먹만 하고 속살이 빨개서 쉬 구분됩니다.

꼬막
/조선일보 DB
꼬막은 별다른 양념 없이 살짝 물에 삶기만 해도 최고의 요리가 됩니다. 꼬막에 묻은 뻘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찬물에 2시간 정도 담가 해감(펄을 제거하는 과정)합니다. 그런 다음 끓는 물에 넣고 한쪽 방향으로 살살 돌려줍니다. 꼬막 입이 벌어질락말락 하면 요리 끝. 더도 덜도 아닌 딱 맞게 삶은 꼬막은 눈으로 보기에도 촉촉하고 탱글탱글합니다. 입에 넣으면 톡 터지면서 피처럼 찝찔하면서도 달큰한 국물이 흥건하게 배 나옵니다.

벌교는 전라도에서도 꼬막의 본고장으로 꼽힙니다. 벌교에서는 꼬막을 삶기만 해서 까지 않고 냅니다. 꼬막 까먹는 재미도 즐기기 때문이죠. 현지 분들은 "금에다가 손을 대고 돌리기만 하면 된다"고 쉽게 말합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이 막상 해보면 그렇게 힘들 수가 없습니다. 꼬막을 깔 때는 두 껍데기가 맞물려 있는 경첩 같은 부분에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대고, 서로 어긋나게 반대 방향으로 힘을 줍니다. 전혀 입이 벌어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끼워넣어 비틀면 됩니다.

꼬막은 '태백산맥' 등을 통해 1990년대 중반 이후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호남 백반집에서 "식사 나올 때까지 심심풀이로 까 먹으라"며 인심 좋게 내줄 수 있을 만큼 저렴했던 가격도 다락같이 올랐지요. 가장 맛 좋다는 참꼬막은 남획으로 이제는 비싼 정도가 아니라 벌교에서도 구경하기도 힘들 만큼 귀해졌습니다. 이러다간 영영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입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