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연하장 속 초록빛 잎사귀… 겨울에도 빨간 열매 잃지 않죠

입력 : 2019.01.04 03:00

호랑가시나무

새해의 시작을 축하하며 사람들은 카드를 주고받아요. 한 해 동안 고마웠던 마음을 담아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 같은 문구를 정성껏 적고, 양옆으로 큰 가시가 뾰족뾰족 나 있는 반질반질한 잎사귀와 빨갛고 탐스럽게 익은 열매를 알알이 그려 넣어요.

바로 연말연시 카드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물, 호랑가시나무죠. 유럽과 미국에서는 키가 큰 '구주호랑가시나무'나 '미국호랑가시나무'가 널리 퍼져 있어요. 연말연시 추운 겨울에도 생기가 돌고 붉은 열매를 갖고 있죠. 서양에서는 호랑가시나무가 겨울에도 초록빛을 잃지 않는 귀한 상록활엽수인 데다 잎이 예수의 가시관을 닮아 오랫동안 연하장 카드에 활용해왔어요.

호랑가시나무는 이파리 끝부분에 가시가 돋아요.
호랑가시나무는 이파리 끝부분에 가시가 돋아요. 가시가 호랑이 발톱을 닮았다고‘호랑이발톱나무’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있어요. /최새미
호랑가시나무는 우리나라 남부 지방과 중국에서도 자라요. 최대한 크더라도 5m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 키 작은 나무랍니다. 나무 밑동부터 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잎이 많은 게 특징이죠. 잎은 커다랗게 발달한 가시 때문에 둥글다기보다 길쭉해 보여요. 검지 길이 남짓한, 찔리면 꽤 아픈 뾰족하고 두꺼운 잎이 빼곡하죠.

사람들은 커다란 가시와 호랑이를 연결 지어 호랑가시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답니다. 호랑가시나무 어린잎의 뾰족한 가시가 마치 호랑이 발톱처럼 생겨 '호랑이발톱나무'라고 부르기도 했고요.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잎에 등을 문질러 긁는다고 '호랑이등긁기나무'라고도 했답니다. 일부 지역에선 새해에 호랑가시나무 가지를 집에 걸어 악귀를 물리치는 풍습도 있었대요.

호랑가시나무의 독특한 잎 모양은 살아남기 위한 방어 전략에서 나왔어요. 초식동물에 이파리를 먹히기 쉬우니 가시를 키워 못 먹게 한 거죠.

호랑가시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 나무에도 가시가 양옆으로 선명하게 드러난 잎과 가시가 전혀 없는 밋밋한 잎사귀가 같이 붙어 있어요. 가시가 있는 잎이 어린잎, 가시가 없는 잎이 나이 든 잎이에요. 어린잎은 연해서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기 쉬우니 가시를 만들고, 나이 든 잎은 가시를 점점 퇴화시키기 때문이랍니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엔 호랑가시나무 중에서 가시가 거의 없는 '완도호랑가시나무'가 있답니다. 이 나무는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가 자연적으로 교배돼 발생한 잡종 나무예요. 뾰족뾰족한 호랑가시나무 잎과 가시 없이 밋밋한 감탕나무 잎의 성질이 합해져 가시가 작고 잎도 둥근 편이랍니다. 워낙 특수한 환경에서 우연히 발생한 나무라 희귀종이에요.



최새미 식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