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나해란의 뇌과학 교실] 화낼 땐 면역력 떨어지고, 용서하면 스트레스·피로 줄어요

입력 : 2019.01.02 03:00

뇌와 용서

지난해 상처를 받은 일들도 많이 있을 거예요. 믿었던 친구가 돌아섰다거나, 학교에서 억울한 일을 겪었거나 하는 것처럼요. 새해가 시작된 지금, '용서'를 얘기해볼까 해요. 용서하지 못하고 화가 남아 있으면 뇌도 고통을 느끼고 결국에는 몸이 불편해져요. 용서하긴 어렵지만 누군가를 용서할 때 몸도 마음도 편해진다고 합니다.

손가락이 가시에 찔리면 아파서 깜짝 놀라죠.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 뇌도 똑같이 아파하고 몸에 신호를 보내요. 뇌는 마음에 '좋지 않은 상황'이 생겨도 똑같이 피하라는 경고음을 울려요. 몸에 신호를 보내는 방법으로요. 슬플 때 '가슴이 쓰리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머리에 쥐가 난다'는 사람도 있죠. 이렇게 사람마다 부위는 다르지만 아픈 느낌을 받는 건 뇌가 몸에 신호를 보내기 때문인 거예요. 마음이 아프고, 뇌가 아프고, 다시 몸에 반응이 오지요.

화낼 땐 면역력 떨어지고, 용서하면 스트레스·피로 줄어요
/게티이미지뱅크
괴로운 일을 겪으면 뇌는 '화남' 신호를 줘요. 앞으로는 피하라는 거지요. 화가 나면 뇌는 몸에 '전투 체제'를 갖추라고 명령을 내려요. 언제 다시 공격을 당할지 모르니 바짝 긴장하라는 거죠.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뇌가 스트레스 호르몬을 만들어 몸에 알려주는 거예요.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쉬지 못하고 계속 보초를 서는 군인 같은 상태가 된다고 해요.

이런 상태일 땐 바이러스나 세균처럼 몸을 공격하는 외부의 적을 없애는 데 써야 할 힘을 계속 내부를 지키는 데 써야 하니,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감염이 되죠. 이 상태가 계속되면, 몸 안에 염증도 많아져요.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병이 생길 확률도 높아지죠. 항상 긴장 상태니 몸은 지쳐 매일 피로합니다.

이처럼 화가 난 뇌는 우리 몸 건강을 해쳐요.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나 자신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뜻이죠.

용서와 관련된 대표적 뇌 부위는 전(前)전두엽과 쐐기앞소엽이라고 해요. 전전두엽은 뇌 중에서도 가장 고차원적인 일을 하는 부위랍니다. 전체적인 상황을 판단하고, 인내심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줘요. 쐐기앞소엽은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하는 곳이에요. '그 사람이 나에게 왜 그랬을까?' 하고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는 곳이죠. 그러면 전전두엽에서 '그래 이제 그만 용서하자'고 화를 가라앉히게 돼요.

누군가를 용서하려면 뇌의 고차원적 기능을 발휘해 '역지사지' 자세를 취해야 하는 셈이죠. 화가 나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면 '용서'를 담당하는 뇌 부분이 훈련된다고 해요. 남의 물건을 훔쳐간 도둑은 나쁘지만, 알고 보니 당장 죽어가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약을 훔쳤다면 그가 처한 상황이 측은하고 입장이 조금은 이해되는 것처럼요.

내 마음과 몸의 건강을 위해 새해에는 '용서의 뇌'를 많이 훈련하고 사용해 보세요. 새해 결심으로 '지나간 일은 잊고 용서하자'는 어떨까요?



나해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