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피부색·국적 다른 두 소녀… 둘의 아물지 않은 상처는?

입력 : 2019.01.01 03:00

나비가 된 소녀들
ㅡ정란희 글, 이영림 그림

어여쁜 소녀들이 있었어요. 저마다의 꿈이 있는 소녀들이었죠. 그러나 이들의 꿈은 한순간 사라졌어요. 일제강점기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갔던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나비가 된 소녀들'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네덜란드 등지에서 위안부로 끌려갔던 '소녀'들의 사연을 토대로 한 동화책이에요.

나비가 된 소녀들
/현암주니어
주인공 나연이는 한국인 아빠와 필리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엄마의 이름은 넬마. 피부색이 다르다고 '필리핀댁'이라 무시당하지만, 미국 유학도 했고 여러 곳에서 봉사 활동도 하는 당차고 속 깊은 엄마죠. 그런 나연이 엄마가 나눔의집에 봉사를 갔다가 정복순 할머니를 만나요. 그리고 나연이의 증조외할머니가 정복순 할머니와 함께 죽을 고비를 넘겼던 사이라는 걸 알게 돼요.

필리핀에 사는 나연이의 증조외할머니는 정복순 할머니를 만나고자 한국을 어렵게 방문하고, 이 과정에서 나연이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위안부로 끌려간 그곳은 아마도 지옥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소녀들은 함께 정을 나누고 보듬어요. 증조외할머니와 정복순 할머니는 남태평양 팔라우섬에서 망고 하나를 나눠 먹으며 우정을 나눴어요.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된 두 분은 한국에서 홍시 하나를 나눠 먹으며 다시 서로의 아픔을 치유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일본의 처사에 분노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 분노를 이제는 온정으로 바꿔야 해요. 우리가 먼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아픔 극복을 위한 가장 현명한 일이라는 사실, 잊지 말자고요.



장동석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