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테니스·체조·피겨·골프… 백인 스포츠라는 말은 '옛말'
입력 : 2019.01.01 03:00
편견을 깨뜨린 선수들
한 해가 마무리되면서 국내외에서 종목별로 최고의 운동선수를 뽑아 상을 주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어요. 미국 스포츠 방송사 ESPN은 흑인 여자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Biles·21)를 '올해를 지배한 선수(most dominant athlete)' 1위로 꼽았어요.
바일스는 지난 11월 세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과 동메달 각각 1개씩 총 6개의 메달을 땄어요. 1987년 구소련의 옐레나 슈슈노바 선수 이후 31년 만에 여자 체조 전 종목에서 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됐고, 대회 사상 최초로 개인 종합 4회 우승을 달성했어요.
바일스는 지난 11월 세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과 동메달 각각 1개씩 총 6개의 메달을 땄어요. 1987년 구소련의 옐레나 슈슈노바 선수 이후 31년 만에 여자 체조 전 종목에서 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됐고, 대회 사상 최초로 개인 종합 4회 우승을 달성했어요.
- ▲ 시몬 바일스는‘흑인’‘여성’‘장애’라는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ESPN이 선정한‘올해를 지배한 선수’1위에 올랐어요. 사진은 바일스가 지난달 세계체조선수권대회 마루 종목에서 연기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실력으로 평가받는 스포츠의 세계에도 아직은 여러 편견이 있어요. 백인이 다른 인종보다, 남자가 여자보다, 정상인이 장애인보다 운동을 잘한다는 생각이죠. 이런 고정관념은 뿌리가 깊어요. 고대 그리스에선 올림픽에 여성이 참가하는 걸 금지했어요.
테니스도 오랫동안 백인 선수들의 독무대였다가 1970년대 흑인 선수 아서 애시가 등장해 편견을 깼어요. 그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자기가 살던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테니스 대회에 참가 자격조차 얻지 못했어요. 하지만 훗날 4대 테니스 오픈에서 모두 우승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지요.
여자 테니스에서는 세리나와 비너스 윌리엄스 자매, 남자 골프에서는 타이거 우즈, 피겨스케이팅에서는 김연아 선수가 백인우월주의를 허무는 데 힘을 보탰어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깬 선수도 있어요. 1988 서울올림픽 남자 야구에서 투수로 출전해 미국에 금메달을 안긴 짐 애벗이 대표적이죠. 그는 선천적으로 오른손 손목 아랫부분이 없었지만, 왼손으로 공을 던지고 오른손에 걸쳐 잡았던 글러브를 재빨리 왼손으로 바꿔 끼며 수비까지 해냈어요. 그는 올림픽 이후 뉴욕 양키스 등 메이저리그 4개 팀의 선수로 10년간 활약했어요.
편견은 차별과 불평등을 조장해요. 스포츠는 인종 우월 의식과 불합리한 차별이 근거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역할을 해요.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독일 독재자 히틀러는 독일 선수들이 뛰어났던 육상 종목을 이용해 아리안 민족의 우수성을 세계에 확인시키려 했어요. 그렇지만 미국 흑인 선수 제시 오언스가 100m, 200m, 400m 계주, 멀리뛰기에서 4관왕을 차지해 수포로 돌아갔지요. 인종 우월주의가 박살 난 순간이었어요. 유네스코(UNESCO)의 '국제스포츠헌장' 은 '인종, 성별, 성적 취향, 언어, 종교, 정치적 의견, 국적, 가난을 이유로 스포츠 참여에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