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그물에 담고, 작살로 꿰고… 우주쓰레기 청소 대작전

입력 : 2018.12.20 03:00

[청소 위성]
우주탐사 시작된 후 잔해 많아져 지구로 낙하하는 사건 일어나요
'리무브데브리스' 작살 실험 앞둬… 쓰레기 모아 대기권서 소각한대요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첫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 2A호'가 지난 5일 성공적으로 발사됐어요. 위성의 수명은 보통 10년 정도인데, 우주 쓰레기(Space Debris)와 충돌하면 수명이 대폭 줄어들 수도 있어요. 우주 쓰레기는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의 부품에서 페인트 조각에 이르기까지 지구를 돌고 있는 다양한 인공 물체를 말해요.

우주탐사가 시작된 1950년대만 해도 이 파편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러나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 등 인류가 만든 구조물이 하나둘 지구궤도를 차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이제 우주 쓰레기는 인류의 우주탐사를 위협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게다가 지상으로 우주 쓰레기가 낙하하는 사건도 일어나요.

◇우주를 향한 관문이 막힐지도 몰라요

우리가 하늘을 올려본다고 해서 우주 쓰레기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직경 1㎝ 이상 우주 쓰레기는 약 60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고도 2000㎞ 이하의 저궤도에 우주 쓰레기의 73%가 존재해요.

[재미있는 과학] 그물에 담고, 작살로 꿰고… 우주쓰레기 청소 대작전
/그래픽=안병현
저궤도는 지상에서 우주로 올라가는 관문이에요. 국제우주정거장(ISS), 달, 화성 그리고 우주의 어느 곳으로 가든지 먼저 지구 저궤도를 통과해야 해요. 그 길을 막는 쓰레기 더미가 있다면 우주탐사는 시도조차 할 수 없겠죠.

7500t이나 되는 우주 쓰레기가 지구 주변을 덮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아프리카코끼리 무게가 6t 정도라고 하니 코끼리 1000마리보다도 무거운 우주 쓰레기가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거예요. 무게도 엄청난데 이 우주 쓰레기들은 총알보다 20배 빠른 초속 7.5㎞ 이상의 속도로 날아다니고 있어요.

이런 우주 쓰레기는 한 번의 충돌로 수천 개의 추가 파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해요. 또 충돌로 생긴 파편들이 연쇄 충돌 사고로 커질 수 있어요. NASA(미 항공우주국) 추정에 따르면 2055년 이후에는 우주 쓰레기가 서로 부딪치며 자가 증식할 수도 있대요. 이대로라면 우주를 향한 관문은 영원히 막히게 될지도 몰라요.

미국우주감시네트워크(USSA)의 조사에 따르면 지구 주위에서 야구공 크기(지름 10㎝) 이상 되는 파편만 해도 2만개 가까이가 떠돌고 있다고 해요.

요즘은 위성 궤도상에서 일주일에 400여 건의 충돌 경보가 쏟아질 정도라고 해요. 충돌을 피하기 위해 위성이나 우주정거장 궤도를 옮겨야 할 때도 늘어나고 있고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우주 쓰레기들을 수거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 EU의 지원을 받은 연구개발팀이 '리무브데브리스(RemoveDebris)'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면서 우주 쓰레기 제거를 위한 실증 테스트가 시작됐어요.

◇리무브 위성의 우주 쓰레기 제거 실험

리무브데브리스 프로젝트의 핵심은 우주 쓰레기 제거를 전문으로 하는 '청소 위성' 리무브데브리스(리무브 위성)를 발사해 우주 공간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실시하는 거예요. 이를 위해 지난 4월 세탁기만 한 크기의 청소 위성을 우주로 발사했어요.

청소 위성에는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20㎝에 불과한 초소형 위성 '큐브샛(CubeSat)'을 탑재했어요. 우주 쓰레기를 수거·소각하는 실험을 하기 위해서죠.

첫 번째 실험은 리무브 위성에서 표적을 향해 그물을 쏘아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실험이에요. 지난 9월 우주 공간에서 가상 우주 쓰레기 DS-1 큐브샛을 발사했어요. DS-1 큐브샛에 달린 풍선은 곧바로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어요. 그 뒤 본체에서 풍선을 향해 7m 거리에서 그물을 쏘았어요. 결과는 풍선을 잡아채는 데 성공했어요. 우주쓰레기를 방출하고 곧이어 포획해 지구 대기권에 진입시켜 태우는 실험이었죠.

위성에서 우주 쓰레기를 향해 작살을 쏘아 맞히는 실험도 다음 달에 할 계획이에요. 1.5m 떨어진 목표물에 초속 20m로 작살을 쏠 거예요. 작살은 목표물에 꽂히면 고정되도록 디자인돼 있어요. 고래잡이하듯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내년 3월에는 '드래그 세일'이라 불리는 커다란 돛을 펼쳐 포획한 우주 쓰레기와 함께 지구로 돌아올 계획이에요. 이 과정에서 대기권에 진입할 때 펼쳐진 돛은 공기저항을 일으켜 마찰열을 극대화하게 될 거예요. 바로 이 마찰열로 우주 쓰레기와 리무브 위성 본체가 모두 불타 사라지게 되는 거죠. 쓰레기 수거·소각을 한 번에 해결하는 거랍니다.

◇로봇 팔보다 그물이 효과적?

2007년 중국이 사용 기한이 다한 기상위성 '펑원'을 미사일로 요격해 맞혀 없앤 적이 있어요. 이 결과 3000개의 파편이 생겼다고 해요. 우주 쓰레기가 그만큼 더 생겨난 거죠. 이 때문에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강하게 받고, 우주 공간을 청소하기 위해 로봇 팔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 리무브 위성을 쏘아 올린 영국 서리(Surrey)대 스페이스센터의 구그리엘모 아그리에티 교수는 "(중국이 말하는) 로봇 팔로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법은 기술 개발에 비용이 많이 들고 빠르게 궤도를 움직이는 우주 쓰레기를 잡기 어렵다"며 "그물과 작살은 간단한 원리로 우주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다"고 했어요.

리무브 위성은 0.5~1.5t의 우주 쓰레기를 치울 수 있대요. 6400t에 달하는 우주 쓰레기를 모두 처리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리겠죠. 연구진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더 효율적인 쓰레기 처리 방식을 고안할 거라고 하네요.

비용은 걸림돌이에요. 이번 실험에 총 1500만파운드(약 220억원)가 들었대요. 엄청난 돈이죠. 그럼에도 이번 실험을 계기로 우주 공간에 7500t의 쓰레기를 버린 인류가 그동안 버린 양심을 주워 담는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될 전망이에요.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