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가을부터 제맛나는 보양음식… 지역마다 끓이는 방법 달라요

입력 : 2018.12.19 03:00

추어탕

올해 수능 만점을 받은 서울 선덕고 김지명(18)군 어머니는 추어탕집을 하시며 아들 뒷바라지를 했다고 해요. 추어탕은 어떤 음식일까요.

이름에 가을 추(秋) 자가 들어가는 추어탕(鰍魚湯)은 가을부터 제대로 맛이 나는 음식이랍니다. 미꾸라지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겨울을 대비해 몸집을 불리고 영양분을 축적하기 때문이죠. 옛날에는 가을걷이가 끝나면 살찐 가을 미꾸라지를 잡아 구수하게 탕을 끓여 보양 절식(節食)으로 즐겼어요. 미꾸라지는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A·B·D가 풍부해 자양 강장,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해요. 추어탕에 들어가는 시래기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다이어트하는 여성이 먹기에도 좋고요.

추어탕
/조선일보 DB
미꾸라지의 어원은 '밑이 구리다'래요. 들이마신 공기를 항문으로 내보내는 것을 옛사람들은 방귀를 뀐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양반들은 추어탕을 먹지 않았다고 해요.

추어탕은 크게 남원·서울·원주·경북식으로 나뉩니다. 전라도 음식이 전국을 평정했듯, 추어탕도 남원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죠. 흔히 아는, 미꾸라지를 갈아 넣은 구수하고 걸쭉한 추어탕이 바로 남원식입니다. 된장으로 양념하고, 우거지에 파, 들깨 등이 들어가고 부추와 '젠피'라고 하는 초피가루를 곁들입니다.

서울에선 다른 지역과 달리 추어탕이라 하지 않고 '추탕(鰍湯·사진)'이라 부릅니다. 추탕은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째로 넣습니다. 국물이 맑고 덜 텁텁하죠. 쇠고기 양지나 내장 등으로 국물을 내고 미꾸라지를 더한 다음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양념해 육개장처럼 얼큰합니다. 두부와 유부, 버섯이 들어가는 점도 특징이랍니다.

원주식 추어탕은 과거 여름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끓여 먹던 어죽과 비슷합니다. 고추장으로 간한 뒤, 한 그릇씩 뚝배기에 담아 내지 않고 솥에 끓여 떠먹습니다. 수제비를 넣기도 합니다. 강원도답게 감자가 빠지지 않고, 깻잎·버섯·미나리가 들어가는 점도 다른 지역과 다릅니다.

경북 지역 추어탕은 미꾸라지뿐 아니라 강에서 잡히는 여러 민물 생선을 두루 씁니다. 우거지 대신 시래기를 쓰고 들깨를 넣지 않아 투박하면서도 개운합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