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자손 남기기 위해 흰색 알도 낳고 푸른색 알도 낳고…

입력 : 2018.12.14 03:03

붉은머리오목눈이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전국 덤불이나 갈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텃새예요. 몸길이가 13㎝밖에 되지 않는 작은 새로, 한국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조류 중 하나죠. 이름이 좀 생소한가요? 흔히 뱁새라고 부르는 새인데, 정식 명칭이 붉은머리오목눈이랍니다. '뱁새가 황새 쫓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에 등장하지요. 머리가 약간 적갈색을 띠고 눈이 오목하게 들어간 것처럼 보여 붙은 이름이라고 해요.

우리나라에서 뻐꾸기가 가장 탁란(托卵)을 많이 하는 종이 이 붉은머리오목눈이랍니다. 뻐꾸기가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알을 몰래 낳고 떠나면, 붉은머리오목눈이가 그런 줄도 모르고 뻐꾸기 새끼가 자기 새끼라고 착각해 열심히 키우는 거죠. 뻐꾸기 알이 붉은머리오목눈이 알보다 4배나 큰데도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잘 눈치채지 못해요.
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마리(왼쪽)가 자기 둥지에서 태어난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어요.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뻐꾸기가 자신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으면 뻐꾸기 새끼를 자신의 새끼처럼 키운대요.
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마리(왼쪽)가 자기 둥지에서 태어난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어요.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뻐꾸기가 자신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으면 뻐꾸기 새끼를 자신의 새끼처럼 키운대요. /환경부
뻐꾸기 알은 붉은머리오목눈이 알보다 1~2일 먼저 부화해요. 알을 깨고 나온 뻐꾸기 새끼는 본능적으로 둥지 안에 있는 다른 알과 새끼를 밖으로 밀어내요. 먹이를 독차지하려는 것이죠. 그래서 어미 새는 자기 새끼를 한 마리도 키우지 못하고, 자기보다 덩치가 큰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계속 가져다주며 고생합니다.

그렇지만 붉은머리오목눈이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아요. 이 새는 흰색 알만 낳는 암컷과 푸른색 알만 낳는 암컷이 있어요.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뻐꾸기 알은 대부분 푸른색이에요. 푸른 알을 낳는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뻐꾸기의 푸른 알이 들어 있으면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흰 알 둥지에 뻐꾸기의 푸른 알이 들어 있으면 쉽게 알아차리고, 그 알을 깨트리거나 다른 둥지를 틀어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흰색 알만 낳으면 뻐꾸기 새끼를 키울 일이 없을 텐데 왜 푸른색 알도 낳는 걸까요?

조금 어렵게 설명하자면, 푸른 알을 낳는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뻐꾸기 때문에 번식이 어려워져서 이미 사라졌어야 하지 않을까요? 알고 보니 흰색 알은 흰색 알대로 단점이 있었어요. 덤불에서 흰 알은 푸른 알보다 포식자 눈에 잘 띈다고 해요. '어치' 같은 새들이 흰 알을 쉽게 찾아서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알을 먹어치우죠. 흰 알만 낳으면 뻐꾸기는 피할 수 있어도 어치는 피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연구에 따르면 흰 알과 푸른 알의 번식 성공률은 거의 비슷하다고 해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흰 알은 어치에게 먹히고, 푸른 알은 뻐꾸기에게 탁란을 당하니까요. 종종거리며 뛰어다니는 앙증맞은 뱁새도 살아남으려고 이렇게 애쓴답니다.



김창회 박사·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