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연어… 그 일생과 닮은 우리네 인생

입력 : 2018.12.07 03:07

연어 -안도현

20년 넘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책이 있어요. 바로 안도현 시인의 '연어'라는 작품이에요. 영어로 번역돼 10여 개국에서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우리도 한번 읽어봐야겠지요? 연어는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물고기예요. 강에서 태어나서 바다로 나가 자라고, 알을 낳기 위해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되돌아오지요.

안도현 시인은 연어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어요. '은빛연어' 한 마리가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머나먼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해요. 모든 연어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지는 못해요. 때를 기다려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알래스카 같은 곳에서는 북극곰들이 길목을 지키기도 하죠. 무수히 많은 장애물들을 뛰어넘어야만 연어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책 속 일러스트
/문학동네

은빛연어는 누나연어에게 의지했지만 누나연어는 그만 장애물 하나를 넘지 못해요. 돌아갈 힘을 잃은 은빛연어를 다독여준 것은 '눈맑은연어'예요.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는 사랑의 힘으로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등 숱한 장애물들을 함께 건너갑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사랑도 곧 끝날 처지입니다. 있는 힘을 다해, 어려운 장애물들을 건너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기력은 이미 쇠하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두 연어는 모천(母川)으로 돌아온 이유, 즉 목숨이 다하기 직전 알을 낳아 다음 세대가 태어나게 해야 하는 자신들의 역할을 충분히 해냅니다. 은빛연어 곁에 눈맑은연어가, 눈맑은연어 옆에 은빛연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우리도 연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삶에는 늘 장애물이 있기 마련이지만 곁에서 돕는 이들은 언제나 우리를 응원합니다. 평생의 사랑도 마찬가지이고요. 추위가 더 매서워지기 전에 '연어'를 함께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해요.


장동석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