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피로 풀어주는 '갯벌 속 산삼'… 북한에서는 '오징어'라고 불러

입력 : 2018.12.05 03:00

낙지

식도락가들은 가을이면 낙지 생각에 입맛을 다십니다. 낙지는 '갯벌 속 산삼'이란 별명이 있어요. 피로 해소, 간 기능·시력 회복에 효과가 탁월한 타우린이라는 성분의 함량이 엄청 높기 때문인데요, 100g당 854㎎으로 인삼 한 근(약 600g)과 견줄 만한 양이랍니다. 각종 무기질과 양질의 단백질도 풍부합니다. 반면 칼로리는 낮으니 살찔 걱정도 덜하지요.

가을 낙지가 사랑받는 건 영양도 영양이지만 탁월한 맛 덕분이지요. 껌처럼 야들야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에 입안에 착 감기는 감칠맛이 기막힙니다. 가을 낙지의 맛을 즐기기엔 세발낙지가 가장 좋다고들 합니다. 세발낙지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리가 가느다란 어린 낙지를 말합니다. 살아 꿈틀대는 세발낙지를 젓가락에 둘둘 감아서 입에 넣고 씹어 먹지요.

낙지
/조선일보 DB
하지만 산 낙지는 힘이 워낙 좋아 먹기 힘들죠. '가을 낙지를 먹으면 쇠젓가락이 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낙지가 많이 나는 전남 무안 등 호남 지역에서는 '기절낙지'와 '낙지탕탕이'라는 음식이 개발됐습니다. 기절낙지는 낙지 몸의 미끌미끌한 점액질을 민물로 씻어낸 다음, 흔히 머리로 알고 있는 낙지의 몸통을 떼어냅니다. 살짝 데치거나 구운 몸통을 다리와 함께 접시에 담아 냅니다. 낙지 다리가 여전히 꿈틀대지만 산 낙지보다는 한결 먹기가 수월하죠. 배와 양파를 곱게 갈아 광천수, 고춧가루 등과 섞은 달콤새콤매콤한 양념에 찍어 먹습니다. 낙지탕탕이는 낙지를 칼등으로 탕탕 내리쳐 잘게 다진 뒤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버무린 음식입니다.

이 밖에도 맑은 국물에 시원하게 끓여낸 '연포탕', 전남 사투리로 볏짚을 뜻하는 호롱에 낙지를 감아 쪄낸 다음 간장·참깨·고춧가루·다진 파·생강 등을 섞은 양념을 발라가며 구운 '호롱구이', 맵고 칼칼한 양념과 담백하고 부드러운 낙지가 조화를 이루는 '낙지볶음' 등 다양한 요리가 있습니다.

낙지는 최근 남북이 만났을 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평창올림픽 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라고 말하자, 김여정 부부장이 "그것부터 통일을 해야겠다"고 답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로, 낙지를 오징어로 부르기 때문입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