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위험한 유혹을 물리치는 인생 속 옳고 그름의 가치
달콤한 알 -한영미
- ▲ /소원나무
'딜레마(dilemma)'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자어로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고 하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상황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내가 실수를 했을 때 누군가가 이렇게 묻는 겁니다. "너는 대체 나쁜 거니? 모자란 거니?" 그런데 이런 질문에는 누구도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뭐라고 말해도 자신이 나쁘거나 모자란다고 인정하는 상황이 되니까요.
소설 '달콤한 알'의 주인공 우림은 화가가 되기 위해 미대 진학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입니다. 어느 날 우림은 믿고 의지했던 아빠의 외도를 알게 되고, 그래서 경제적 독립을 하려고 마음먹습니다. 그러던 중에 현아라는 친구로부터 이상한 제안을 받게 됩니다. 재벌가 손녀인 현아는 거액을 제시하며 우림에게 자기 대신 그림을 그려달라고 합니다. 자기가 아이디어를 낼 테니, 그걸 그림으로 표현해달라고요. 공모전에 입상해 대학에 부정입학을 하겠다는 게 현아의 계획이었죠. 우림은 고민 끝에 아버지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현아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소설에는 '탁란(托卵)'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몰래 자신의 알을 낳아두는 걸 가리키는 말이죠. 현아와 우림의 관계도 비슷합니다. 현아의 아이디어를 우림이 품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니까요. '달콤한 알'은 탁란을 시도하는 쪽이 아니라, 당하는 쪽의 입장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딜레마라는 것이 단지 철학책 속에나 등장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이 왜 우리 삶에서 그토록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