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셜록 홈스 작가도 골프 치며 추리소설 영감 받았어요
골프와 문학
1998년 박세리 선수가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지난 20여 년간 한국은 세계 여자골프의 확고부동한 최강국이 되었어요. 2018년 현재 세계 10위권에 5명이나 이름이 올라가 있어요. 영국 BBC 방송에서는 K팝, K드라마에 K골프를 포함시켜 3대 한류로 소개하기도 했어요.
골프는 14~15세기 영국 스코틀랜드의 해변가 모래언덕에서 시작돼 곧바로 인기를 얻었어요.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2세가 1457년 골프 금지령을 공포한 적도 있어요. 국민들이 골프에 빠져 활쏘기 연습을 소홀히 한다는 이유였어요.
반면 16세기 메리 여왕은 프랑스 유학에 골프채를 가지고 갔다는 일화, 남편이 죽은 뒤 며칠 되지 않아 골프장에 갔다는 일화를 남겼어요. 최초의 열혈 여성 골퍼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예요.
- ▲ 1920년대 국내 최초 골프장 ‘효창원’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들. 캐디가 한복을 입고 있다. /대한골프협회
18세기 에든버러 골프동호회를 시작으로 세인트앤드루스 골프클럽을 포함해 유명한 골프클럽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지식인과 귀족들이 즐기는 스포츠로 발전했지요. 골프의 의미와 가치를 다룬 예술작품이 많이 나왔어요.
골프광인 아서 코넌 도일은 골프를 치면서 '바스커빌가의 개'라는 셜록 홈스 차기작을 생각해냈어요.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로 유명한 애거사 크리스티와 007 시리즈를 쓴 이언 플레밍도 각각 '골프장 살인사건'과 '골드핑거'라는 작품에 골프를 등장시켰죠.
미국 평론가 조지 플림턴은 '작은 공 이론(Small Ball Theory)'이라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생각해냈어요. 스포츠 문학을 잘 살펴보니, 작품에 나오는 공이 작을수록 수준 높은 작품이 많더라는 주장이에요. 골프공은 지름이 가장 작은 공(42.67㎜) 중 하나예요. 테니스공(65.41㎜), 야구공(73㎜), 축구공(216㎜), 그리고 농구공(238.8㎜) 순으로 이어지지요.
대한골프협회가 펴낸 '한국골프 100년'이라는 책을 보면, 우리나라에 골프가 도입된 것은 1897년 이전이에요. 한국 최초의 골프장은 1921년 조선호텔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만든 '효창원(孝昌園)'이라는 9홀짜리 코스였어요. 1924년에 '경성골프구락부'가 설립돼 18홀짜리 청량리 골프코스를 최초로 개장했어요. 구락부는 '클럽'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지금 서울대 캠퍼스도 1975년 서울대가 옮겨오기 전까지 관악컨트리클럽이었어요.
2000년대 이후 골프가 대중화됐지만, 아직 골프 문화나 골프 문학은 미흡하지요. 더 많은 사람이 시나 소설로 골프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 중에 골프 문학가가 되어보실 분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