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자손 많이 남기기 위해 암컷도 됐다가 수컷도 됐다가

입력 : 2018.11.30 03:05

물고기의 성전환

어류 중에는 암컷과 수컷이 고정된 종도 있고, 생애 중간에 성별이 바뀌는 종도 있어요. 암컷이 수컷으로 변하는 종, 수컷이 암컷으로 변하는 종, 암컷이 수컷이 됐다가 다시 암컷이 되는 종 등 종류도 다양하지요.

성이 바뀌면, 몸속의 난소나 정소 같은 생식선이 바뀔 뿐만 아니라, 암수 특유의 성적인 행동도 달라집니다. 외양과 색채도 변하고요. 그래서 성이 바뀌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어류처럼 행동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성별을 바꾸려면 '비용'이 꽤 크답니다. 우선 성별이 바뀌는 3~5일 동안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커요. 그 기간에는 암수 양쪽 중 어느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번식 활동도 못 하고요. 수수한 암컷이 화려한 수컷으로 바뀌는 경우, 포식자 눈에 띄어 잡아먹힐 위험도 크죠.
지난 8월 독도 앞바다에서 용치놀래기가 헤엄치고 있어요. 용치놀래기는 어렸을 때 암컷으로 살며 강한 수컷을 만나 알을 낳고, 몸집이 커지면 수컷으로 성을 바꿔요.
지난 8월 독도 앞바다에서 용치놀래기가 헤엄치고 있어요. 용치놀래기는 어렸을 때 암컷으로 살며 강한 수컷을 만나 알을 낳고, 몸집이 커지면 수컷으로 성을 바꿔요. /뉴시스
그런데도 성별을 굳이 바꾸는 이유가 뭘까요? 한 가지 성으로 평생을 보내기보다, 중간에 성전환을 했을 때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어서랍니다. 성전환을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이익'이 더 크다고나 할까요?

예를 들어 수컷들이 암컷을 차지하려고 심하게 경쟁하는 종에서는, 가장 강한 수컷이 여러 암컷과 번식합니다. 그보다 약한 수컷은 번식 기회 자체를 놓치기 쉽죠.

약한 수컷 입장에서 보면, 어렸을 때는 몸도 작고 힘도 없으니까 괜히 덩치 큰 수컷과 겨루기보다 암컷으로 살면서 강한 수컷과 만나 알을 낳는 게 낫습니다. 그러다 충분히 몸집이 커졌을 때, 다시 수컷으로 성을 바꿔서 여러 암컷과 만나면 되니까요. 우리 바다에 사는 놀래기과의 용치놀래기와 양동미리과의 양동미리가 대표적입니다.

용치놀래기 수컷은 번식기에 각자 자기 나름의 세력권을 형성합니다. 여러 암컷이 그의 세력권에 찾아왔다가, 주인이 커다란 수컷이면 그곳에 머무르며 알을 낳고, 조그만 수컷이면 더 큰 수컷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자연히 강한 수컷의 세력권에는 여러 암컷이 머무르고, 약한 수컷 곁에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 생기죠.

양동미리도 출생 후 첫 1~2년은 암컷으로 살면서 알을 낳다가, 그 뒤 수컷으로 변해서 1~2년간 번식합니다. 그러다 수컷이 죽으면, 암컷 중에 제일 큰 물고기가 대신 수컷이 되지요. 반대로 처음에는 수컷으로 태어났다가 나중에 암컷이 되는 종도 있어요. 암컷이 수컷보다 몸이 크고, 수컷끼리 경쟁이 그리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자리돔과의 흰동가리류[屬]가 대표적입니다.

또 암컷이 수컷이 됐다가 다시 암컷으로 돌아오는 종에는 꼬마줄망둑, 오키나와홍망둑, 노랑가시돔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더 많은 자손을 남기려면 암컷이 되는 게 유리한지, 수컷이 되는 게 나은지에 따라 성별을 바꾼답니다.



김창회 박사·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