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총보다 무서운 '전염병' 몰고 온 스페인 정복자들
아즈텍의 멸망
이 섬 주민들은 지구상에서 문명세계와 연을 끊고 살아가는 몇 안 되는 부족 중 하나예요. 18세기부터 수많은 외부인이 노스센티넬섬에 가서 주민들과 접촉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주민들이 화살을 쏘며 격렬하게 저항했어요.
인도 정부는 1956년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문화를 보존하는 차원에서 외부인이 이 섬 반경 5해리 안에 들어가는 걸 법으로 금지했어요. 따라서 차우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그가 섬에 들어간 행위 그 자체는 명백한 불법이에요. 차우가 단순히 모험을 찾아 노스센티넬섬에 간 게 아니라, 부족민에게 기독교를 선교하려고 갔다는 증언도 논란을 부채질했어요.
- ▲ 6만년 가까이 문명세계와 고립된 채 살고 있는 인도양 노스센티넬섬 주민들. /서바이벌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신이 머무는 곳'에서 퍼져 나간 황금의 제국
15~16세기 지금의 멕시코 영토에는 '아즈텍', 혹은 '아스테카'라는 이름의 국가가 있었어요. 아즈텍 사람들은 스스로를 '멕시카'라고 부르면서, 멕시코 중부의 텍스코코 호수 가운데 섬들을 연결한 수상도시를 건설했어요. 테노치티틀란이라는 대도시가 바로 그곳인데요, '신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이랍니다.
테노치티틀란은 당시 유럽 어느 도시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규모를 자랑했어요. 비록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돌과 나무를 주로 사용했지만 대단히 높은 수준의 천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요. 현재의 달력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달력을 사용한 게 그 증거예요.
이들은 태양신에게 사람의 심장을 제물로 바치곤 했어요. 태양신이 인간의 심장과 피를 먹고 산다고 믿었거든요. 그래서 국가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신에게 감사를 드리기 위해 아즈텍에 저항하는 수많은 사람을 제물로 바쳤어요. 제물로 쓸 포로와 공물을 얻기 위해 주변 지역에 대한 약탈을 일삼기도 했지요.
◇신의 얼굴을 한 스페인 정복자
한편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는 신대륙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한창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스페인은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쿠바를 포함해 여러 곳에 식민지를 세웠어요. 신대륙 탐험에 나선 정복자 중 하나가 에르난 코르테스(Cortés·1485~1547)였어요. 그는 "남미 원주민들이 금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배 10여 척에 총과 대포로 무장한 병사 수백 명을 태우고 아즈텍 제국을 정복하러 나섭니다.
- ▲ 1519년 아즈텍 제국의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인 촐룰라에서 스페인 원정대와 원주민들의 전쟁이 벌어졌어요. 스페인 원정대가 아즈텍 제국에 몰고 온 전염병으로 이후 100년간 이 지역 인구가 2000만명에서 160만명으로 급감했지요. /위키피디아
원정대는 테노치티틀란까지 가는 동안 많은 원주민 마을을 거쳤어요. 원주민들은 낯선 원정대를 공격하기도 하고, 반대로 평화롭게 길을 내주기도 했어요. 일부 부족은 그때껏 아즈텍 제국에 인신 공양을 위한 제물을 바쳐오던 터라, 아즈텍을 무찌르는 코르테스의 원정대를 지원했어요. 지금 멕시코의 대도시가 된 베라크루스는 이때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원정대가 세운 도시랍니다.
원정대는 아즈텍 제국의 군대를 무찌르며 수도에 도착한 뒤, 아즈텍 황제 몬테수마 2세(Moctezuma·1466~1520)를 인질로 잡고 금을 요구했어요. 하지만 아즈텍 전사들이 반격해 코르테스는 소수의 부하들과 겨우 탈출합니다.
◇신대륙에 들이닥친 죽음의 전염병
탈출에 성공한 코르테스는 스페인의 증원군을 얻어 다시 아즈텍 제국과의 전쟁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이 시기 아즈텍 제국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합니다. 천연두 등으로 추정되는 병이었어요. 유럽과 같은 구대륙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돌았던 전염병이라 원정대 사람들은 큰 타격이 없었어요. 하지만 천연두를 처음 겪는 신대륙 사람들은 면역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습니다. 몬테수마 2세의 뒤를 이어 즉위한 쿠이틀라우악(Cuitlāhuac·1476~1520) 황제도 그중 하나였어요.
코르테스의 원정대가 오기 전, 아즈텍 제국과 주변 부족들의 인구는 2000만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쿠이틀라우악 황제가 숨진 뒤 약 100년이 지난 1618년이 되면 원주민 인구가 160만명까지 곤두박질 치고 말아요.
전염병이 돌아도 원정대 사람들은 멀쩡한데 아즈텍 사람들만 쓰러지니까 아즈텍 사람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어요. 결국 쿠이틀라우악 황제가 숨진 이듬해(1521년), 수도인 테노치티틀란이 원정대에 함락당하고, 마지막 황제인 쿠아우테목(Cuauhtémoc·1495~1521)은 원정대 손에 사로잡혀요. 원정대는 숨겨놓은 보물을 내놓으라며 마지막 황제에게 모진 고문을 가했다고 해요. 젊은 황제는 끝까지 보물의 위치를 함구한 채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아즈텍 제국은 인구도 많고 물자도 풍부해 제아무리 총포를 가진 서양 원정대라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끝내 붕괴하고 만 데는 전염병의 영향이 컸죠. 이후 구세계와 신세계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신세계도 차츰 전염병에 면역이 생기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