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적진에 날리는 '조선의 시한폭탄'… 쇳조각 뿌리며 터져요

입력 : 2018.11.28 03:00

[비격진천뢰]
화포장 이장손이 처음 만들어… 행주대첩 당시 일본에 큰 타격
1635년 화약 무기 안내책도 나와… 과거 과학의 우수성 엿볼 수 있죠

지난 15일 전라북도 고창 무장읍성에서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라는 조선시대 폭탄이 한꺼번에 11점이나 발견됐어요. 비격진천뢰가 나온 곳은 무장읍성 안에서도 옛날에 무기를 보관했던 군기고와 군사들이 머물렀던 훈련청이 있던 곳으로 짐작되는 터예요.

비격진천뢰는 겉이 무쇠로 되어 있어요. 지름 21㎝정도 크기에 무게가 한 발에 17∼18㎏이나 됐어요.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보니 쉽게 터질 수 있도록 일부러 공기구멍을 만든 흔적들이 발견되었다고 해요.

내부에 화약과 쇳조각, 발화장치 등이 들어 있었다는 게 특히 좋은 뉴스예요. 이걸 잘 연구하면 우리 옛 무기에 대한 연구가 크게 진전될 수 있을 거예요. 과거에 발견된 비격진천뢰 6점은 모두 속이 비어 있어서 연구에 한계가 있었답니다.

그렇다면 비격진천뢰는 어떤 무기였으며 비격진천뢰와 더불어 조선에서 자랑할 만한 화약 무기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천둥 벼락 소리를 내는 괴물체

'선조수정실록'의 선조 25년(1592) 9월 1일 기록을 보면, 비격진천뢰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어요.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좌병사 박진이 일본군에 빼앗겼던 경주를 수복했을 때의 기록입니다.

[뉴스 속의 한국사] 적진에 날리는 '조선의 시한폭탄'… 쇳조각 뿌리며 터져요
/그림=안병현
'박진이 앞서 패하였다가 다시 군사를 모집하여 안강현에 주둔하다가 밤에 몰래 군사를 다시 진격시켜 성 밖에서 비격진천뢰를 성 안으로 발사하여 진 안에 떨어뜨렸다. 적이 그 제도를 몰랐으므로 다투어 구경하면서 서로 밀고 당기며 만져보는 중에 조금 있다가 포(砲)가 그 속에서 터지니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쇳조각이 별처럼 부서져 나갔다. 온 진중이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신비스럽게 여기다가 이튿날 드디어 성을 버리고 서생포로 도망하였다.'

'정한위략'이라는 일본 측의 기록에도 비슷한 대목이 있어요. '적진에서 괴상한 물체가 날아와 땅에 떨어져 우리 군사들이 빙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폭발해서 소리가 천지를 흔들고 철편이 별가루처럼 흩어져 맞은 자는 즉사하고 맞지 않은 자는 넘어졌다.'

비격진천뢰는 임진왜란이 터지기 1년 전(1591년)에 만든 조선의 비밀 병기였어요. 날아가서 그냥 화약만 터지는 폭탄이 아니라 탄 속에 들어 있는 날카로운 쇳조각들이 사방에 파편처럼 흩어지며 피해를 주는 폭탄이었죠.

'선조수정실록'에서 경주 전투를 적은 대목은 이렇게 이어져요. '비격진천뢰는 그 제도가 옛날에는 없었는데 군기시 화포장 이장손이 처음으로 만들었다. 대완포구로 발사하면 500~600보를 날아가 떨어지는데, 얼마 있다가 화약이 안에서 폭발하므로 진을 함락시키는 데는 가장 좋은 무기였다.'

안타깝게도 이장손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기록을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러나 비격진천뢰가 임진왜란 때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는 건 다른 여러 기록 등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어요. 경주성을 되찾을 때뿐만 아니라 임진왜란의 전세를 바꾼 진주성대첩과 행주대첩에서도 큰 활약을 했어요. 이순신 장군도 '난중일기'에 비격진천뢰를 사용했다는 기록을 남겼어요.

◇조선의 비밀 병기

임진왜란은 6년에 걸쳐 우리 국토를 초토화시켰어요. 전쟁이 끝난 지 37년 되던 1635년 병조판서 이서가 '화포식언해'라는 병서(兵書)를 펴냈어요. 비격진천뢰를 포함해 조선에서 만들어 사용하던 화약 무기들을 기록한 책인데 무기별로 성능, 화약 사용량, 탄환이나 화살 등의 규격과 수량, 사정거리 등을 잘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어요. 화약의 폭발력을 이용해 화살이나 탄환을 발사하는 총통류에는 천자·지자·현자·황자총통 등 여러 종류가 있었어요. 비격진천뢰 말고도 철환과 석환을 발사하는 대포인 대완구, 한꺼번에 여러 화살을 발사할 수 있는 화차, 화약 장치를 하여 로켓처럼 날아가는 화살 신기전 등 40여 종의 화약 무기가 등장하지요. 임진왜란 때 우리가 사용한 화약 무기들이 거의 모두 소개되어 있답니다.

이 책을 펴낸 이서는 임진왜란이 끝난 지 5년 뒤인 1603년 무과에 급제하여 경기방어사, 총융사 등을 지낸 무신이에요. 선조의 아들 광해군이 독재를 하자 1623년 김유·이귀 등이 군사를 일으켜 광해군을 폐위하고 인조를 새로운 왕으로 추대했는데, 이서도 바로 이 '인조반정'에 참여해 호조판서에 올랐지요. 그가 '화포식언해'를 펴낸 이듬해에 이번엔 병자호란이 터져 청나라 병사가 물밀듯 내려왔어요. 이서는 1637년에 남한산성에서 힘써 싸우다 숨졌답니다.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저술가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