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에베레스트 頂上서 자기 사진 대신 셰르파 찍은 산악인은?
입력 : 2018.11.27 03:00
등산가들의 지혜
가을이 완전히 물러가고 겨울이 왔어요. 흔히 가을이 등산의 계절로 알려져 있지만 겨울 산행을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우리나라 등산 인구는 약 1800만명이라고 해요. 인구의 3분의 1이죠. 정말로 산을 좋아하는 민족임이 틀림없습니다. 국토의 70%가 산이라서 그렇겠죠?
- ▲ /게티이미지뱅크
도대체 산악인들은 목숨까지도 맞바꾸어야 하는 이런 행위를 왜 흔쾌히 감수하는 것일까요? 왜 산에 오르는 걸까요? 1923년 영국 산악인 조지 맬러리(Mallory·1886~1924)가 한 유명한 대답이 있지요.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요." 아직까지도 산을 오르는 이유에 대한 가장 지혜롭고도 정답에 가까운 응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고 해서 등산을 '무상(無償)의 행위'라고도 합니다. 등산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는 물질적이기보다는 정신적이고 내면적이지요.
공자 언행록인 '논어' 옹야편에는 이런 말이 나와요. '인자한 이는 산을 좋아하며, 현명한 이는 물을 좋아합니다. 어진 이는 고요하며, 똑똑한 이는 활동적입니다(仁者樂山 知者樂水 仁者靜 知者動·인자요산 지자요수 인자정 지자동)'
저는 반대 방향도 맞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산을 좋아하면 어진 이가 되고 물을 좋아하면 똑똑한 이가 됩니다. 산속에 있는 모든 것을 품어주는 산에 들어서는 이에게는 '어짊'이라는, 모든 덕의 근본이 되는 마음의 바탕이 생기는 거죠.
그 본보기가 되는 인물은 인류 최초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을 오른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Hillary·1919~2008)입니다. 그는 정상을 정복했을 때 자기 사진을 찍지 않고 셰르파(고산 등반을 안내하는 사람)였던 텐징 노르가이(Norgay·1914~1986) 사진을 찍어 주었어요. 이후 네팔에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비행장과 다리 같은 기반 시설을 지어줬습니다. 네팔인은 물론 모든 사람에게 산이 가르쳐 준 어짊을 생생히 보여주었죠.
등반의 세계는 눈보라, 맹추위, 산소 부족, 눈사태, 설벽, 얼음 틈새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일이 빈번해요. 그래서 인문적 탐구의 보고(寶庫)가 되었죠. 우리는 등산 강국에 그치지 않고 시·소설·에세이·등반기·자서전 등 양질의 등반 문학을 창작하고 번역하는 등산 인문학의 선진국이기도 해요. 한국산서회가 최고의 산 책으로 꼽은 '영광의 북벽(정광식)'을 등가방에 넣고 가까운 산에 올라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