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주영의 클래식 따라잡기] 조성진도 '대타'로 무대에 깜짝 등장한 적 있어요
입력 : 2018.11.24 03:05
랑랑 대신 베를린 필 협연한 조성진… 랑랑은 와츠, 와츠는 굴드 대타였죠
이탈리아 지휘 거장 토스카니니, 남 대신 오른 무대에서 데뷔했어요
오페라나 뮤지컬 무대에 서는 주인공 가수들의 모습은 화려한 조명 아래 정말 멋지게 빛나죠. 그런데 공연 준비는 함께하지만 무대에는 서지 않는 주연 배역들이 있다고 해요. 바로 출연하는 가수들이 사정이 생기거나 병이 나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가는 '예비' 출연자들입니다.
지난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지휘자로 예정돼 있던 유리 테미르카노프(Temirkanov·80)가 가족의 장례식에 참석하느라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일이 있었죠. 다행히 스위스 출신 지휘자 샤를 뒤투아(Dutoit·82)가 대신 지휘봉을 잡아 음악회가 무사히 진행됐어요.
오는 29~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연주회도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Jansons·75)가 병이 나 주빈 메타(Mehta·82)가 대신 지휘대에 설 예정입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관계자들에게 이런 돌발 상황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청중에게는 깜짝 선물 혹은 또 다른 흥밋거리가 될 수 있어요. 대타 연주자는 공연에서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대기하는데, 갑작스러운 사고가 생겼을 때 무대로 올라가 멋지게 자신의 몫을 해내 박수갈채를 받는 일이 종종 있어요. 이들이 깜짝 등장해 성공한 사례가 예전부터 많이 있었답니다.
◇악보 외우던 첼리스트, 지휘대에 서다
20세기 중반까지 최고의 명성을 누리며 존경받았던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Toscanini·1867~1957)는 악보에 충실한 엄격한 해석으로 유명했어요. 오페라와 교향곡을 넘나드는 폭넓은 레퍼토리도 명성이 높았죠.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태어난 토스카니니는 처음에 첼로를 공부했어요. 18세에 오페라 극장에서 첼로 주자로 일했는데, 19세 때 지휘자로 데뷔할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지요. 그가 속한 오케스트라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를 공연하게 됐는데, 그곳 출신 지휘자가 단원들과 불화를 일으켜 지휘대에서 내려오는 사건이 일어났어요.
지난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지휘자로 예정돼 있던 유리 테미르카노프(Temirkanov·80)가 가족의 장례식에 참석하느라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일이 있었죠. 다행히 스위스 출신 지휘자 샤를 뒤투아(Dutoit·82)가 대신 지휘봉을 잡아 음악회가 무사히 진행됐어요.
오는 29~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연주회도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Jansons·75)가 병이 나 주빈 메타(Mehta·82)가 대신 지휘대에 설 예정입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관계자들에게 이런 돌발 상황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청중에게는 깜짝 선물 혹은 또 다른 흥밋거리가 될 수 있어요. 대타 연주자는 공연에서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대기하는데, 갑작스러운 사고가 생겼을 때 무대로 올라가 멋지게 자신의 몫을 해내 박수갈채를 받는 일이 종종 있어요. 이들이 깜짝 등장해 성공한 사례가 예전부터 많이 있었답니다.
◇악보 외우던 첼리스트, 지휘대에 서다
20세기 중반까지 최고의 명성을 누리며 존경받았던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Toscanini·1867~1957)는 악보에 충실한 엄격한 해석으로 유명했어요. 오페라와 교향곡을 넘나드는 폭넓은 레퍼토리도 명성이 높았죠.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태어난 토스카니니는 처음에 첼로를 공부했어요. 18세에 오페라 극장에서 첼로 주자로 일했는데, 19세 때 지휘자로 데뷔할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지요. 그가 속한 오케스트라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를 공연하게 됐는데, 그곳 출신 지휘자가 단원들과 불화를 일으켜 지휘대에서 내려오는 사건이 일어났어요.
- ▲ 1963년 1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청소년 콘서트’ 무대에 앙드레 와츠(피아노 앞)가 올라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어요.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그를 지켜보고 있네요. 데뷔 무대를 치른 와츠는 얼마 뒤 당대 최고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를 대신해 연주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스타 연주자로 발돋움했어요. /게티이미지코리아
예고도 없이 지휘대에 오른 토스카니니는 긴 오페라 전체를 외워서 악보를 보지 않고도 아주 훌륭히 지휘해냈어요. 청중은 젊은 지휘자의 극적인 데뷔 무대에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해요.
평소 토스카니니는 기억력이 무척 좋은 음악가였어요. 아무리 복잡한 악보라도 한두 번만 읽으면 외울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이 있었다고 하죠. 항상 모든 곡을 외워서 지휘했는데 그의 이런 습관에는 숨은 이유가 있었어요. 어려서부터 아주 심한 근시였던 탓에 무대에서 악보가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미리 악보를 머릿속에 완전히 넣은 상태로 연주해야 했던 거예요. 토스카니니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대타 연주로 뜬 피아니스트 대신 무대 오르기도
대타 연주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특별한 기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미국의 피아니스트 앙드레 와츠(Watts·72)는 소년 시절부터 천재적인 재능으로 이름을 날렸는데요, 16세 때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Bernstein·1918~1990)과의 만남이 경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습니다. 지인 소개로 번스타인과 처음 만났을 때 와츠는 리스트 협주곡을 연주했어요. 번스타인은 소년의 뛰어난 실력에 무척 놀랐죠. 훗날 "그때 난 앉아 있던 의자에서 뛰어오를 정도였다"고 회상했을 정도였어요.
와츠는 1963년 1월 12일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청소년 콘서트'에서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했어요. 사흘 뒤 이 공연이 CBS TV로 미국 전역에 방송됐어요. 와츠의 데뷔는 미국 음악계를 뒤흔든 어마어마한 사건이었어요. 그의 행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죠. 와츠는 같은 달 31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에서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Gould·1932~1982)를 대신해 다시 한 번 리스트의 협주곡을 연주했어요. 역시 대성공이었지요. 소년 피아니스트 와츠는 단숨에 스타 연주자로 발돋움했어요.
세월이 흘러 와츠의 자리를 대신해 자신의 이름을 알린 연주자가 나타났어요.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郞朗·36)이 행운의 주인공이었죠. 중국 셴양에서 태어난 랑랑은 베이징음악원을 거쳐 미국 커티스음악원에서 공부했어요. 13세이던 1995년 청소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했죠. 4년 뒤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와츠가 몸이 안 좋아 무대에 서지 못하자 랑랑이 와츠 대신 크리스토프 에센바흐(Eschenbach·78)가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어요. 랑랑은 청중 1만2000명 앞에서 이름을 알렸고, 이후 화려한 경력을 이어갔어요.
지난해 11월 랑랑이 사이먼 래틀(Rattle·63)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연주하기로 했는데, 그만 손을 다쳐서 못하게 됐어요. 랑랑을 대신해 피아노 앞에 앉은 청년이 있었는데요. 바로 우리나라 조성진(24)이었어요. 조성진은 라벨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며 역사적인 베를린 필 데뷔를 알렸어요.
갑작스럽게 다가온 기회를 붙잡은 행운의 주인공들을 살펴보니 뚜렷한 공통점이 있네요. 성실함과 꾸준함, 그리고 인내심으로 언제가 될지 모를 결정적 순간을 기다려 온 자세가 그것입니다. 성공은 그것을 준비한 사람에게만 다가온다는 사실, 분명한 진리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