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겨울엔 살 통통한 수게가 제맛… 껍데기째 요리해야 풍미 살아나

입력 : 2018.11.21 03:00

꽃게

선명한 붉은빛이 꽃 같아서 꽃게라고 이름 붙여진 줄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살아 있는 꽃게는 초록색과 파란색이 섞인 청록색이죠. 꽃게는 변신이 아니라 변색(變色)의 귀재입니다. 몸속 단백질과 색소를 자유자재로 결합해 보호색을 만들거든요.

그럼 꽃게는 왜 요리하면 빨갛게 될까요. 꽃게가 가진 색소는 카로티노이드(carotenoid). 당근에도 들어 있는 붉은빛 색소입니다. 꽃게를 익히면 카로티노이드가 분리되면서 드러납니다. 그래서 꽃게를 찌거나 볶으면 빨간색이 되는 거죠. 꽃게란 이름은 '곶(串)'에서 왔습니다. 곶이란 반도처럼 바다로 가늘게 뻗은 육지의 끝부분을 이르는 말입니다. 꽃게의 등딱지를 보면 양옆으로 가시처럼 삐죽하게 튀어나와 있죠. 이 부분이 곶처럼 생겼다고 해서 곶과 게를 합쳐서 '곶게'라고 부르던 것이 꽃게가 되었다고 합니다.

꽃게
/게티이미지코리아
가을은 꽃게 중에서 암게가 맛있는 철입니다. 꽃게는 가을부터 봄까지 잡습니다.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수게가 맛있습니다. 하지만 봄에는 암게를 더 쳐줍니다. 산란을 앞두고 주황에 가까운 진한 노란색 알이 배딱지 안에 가득 차기 때문입니다. 꽃게는 배 아래쪽 껍데기가 이중인데, 이 부분을 '제(臍)' 그러니까 배꼽이라고 합니다. 암컷은 이 배꼽 부분이 둥글고 수컷은 뾰족해서 쉽게 구분할 수 있죠.

꽃게는 대개 서해 깊은 바다에서 잡아요.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연해 즉 가까운 바다에서 잡은 꽃게를 더 쳐줍니다. 먼바다보다 연안이 먹을 게 많고 물살이 빨라 육질이 탄탄하다네요. 꽃게는 가능한 한 센 불에서 짧게 익혀야 맛있습니다. 게살에는 효소가 많이 들어 있는데, 꽃게가 죽으면 효소가 단백질을 파괴하기 시작해요. 싱싱하지 않은 꽃게 살이 흐물흐물한 건 이 때문이에요. 효소는 섭씨 55~60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해요. 그러니 그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익혀야 살이 탱탱하면서도 촉촉하죠.

찌거나 굽거나 삶을 때는 껍데기째 요리해야 더 맛있고요. 껍데기가 꽃게살에서 풍미가 빠져나가는 걸 막아줍니다. 또 껍데기에서 국물 맛이 우러나거나 살에 맛을 더합니다.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이게 요리하려면 물보다는 버터·식용유 같은 기름을 사용하세요. 카로티노이드 색소는 물보다 지방에 더 잘 녹아요. 그래서 기름에 익혔을 때 더 선명한 붉은빛이 나게 됩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