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진정한 강인함이란? 대화할 수 있는 열린 마음

입력 : 2018.11.20 03:07

힐다, 트롤과 마주치다·힐다, 거인과 마주치다 -루크 피어슨


호기심 많은 파랑 머리 힐다는 여린 소녀가 아닙니다. 빨간 부츠를 신고 매일 산과 들판, 숲과 강을 쏘다니며 탐험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속에서 트롤(북유럽 민담에 나오는 거대한 괴물)을 만나게 됩니다. 힐다는 낮 동안 바위로 변해 있는 트롤을 그리다가 깜빡 잠이 들고 맙니다. 밤이 되자 커다란 괴물로 변한 트롤이 힐다를 쫓아오는데요, 트롤은 겁에 질린 힐다를 잡아 올리고는 입을 크게 벌립니다. 하지만 곧 자신의 혓바닥으로 힐다가 낮에 떨어뜨리고 간 스케치북을 건네줍니다. 모습은 괴물 같지만 트롤은 사실 마음이 착한 친구였죠.

책 속 일러스트
/찰리북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는 '힐다'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올해 9월부터 방영하고 있습니다. 이 천진난만하고 용감한 소녀는 전 세계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세상에는 별만큼 많고 많은 동화책이 있는데, 넷플릭스는 왜 하필 이 작품을 골랐을까요? 전 세계의 아동문학계와 언론들은 왜 '힐다'에게 극찬을 보내고 있을까요?

소녀 힐다는 괴상하게 생긴 존재들에 대해서도 아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낯선 존재들은 언제나 두려움을 줍니다. 힐다 역시 평범한 아이들처럼 처음에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결국 그것을 이겨내지요. 힐다는 싸우지 않습니다.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지요. 주로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흔한 인기 만화 캐릭터들과 힐다는 다른 성품을 가졌습니다. 이런 힐다의 모습은 인간에게 진정한 강인함이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이 책은 폭력을 선택한다는 것이, 겁에 질린 나머지 벌이는 비겁하고도 나약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김성신·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