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남북 분단되며 갈라져… 개성에서 '합동 시범' 했어요

입력 : 2018.11.20 03:05

태권도

지난 2일 북한 개성에서는 남북 체육회담이 열렸어요. 회담이 열린 날 평양에서는 남북이 합동으로 태권도 시범을 선보였어요. 한국 주도로 성장한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한을 주축으로 발전한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시범단이 참가했죠.

우리나라에서 태권도가 발전한 역사를 살펴보면 꼭 분단의 축소판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광복 후 국내 여러 도장에서 제각각 방식으로 수련하던 태권도를 육군 최홍희(1918~2002) 장군이 통합해 1966년 국제태권도연맹을 세웠죠. 이후 그는 캐나다로 망명해 태권도를 알리다가 월북해 2002년 북한에서 숨졌어요. 한국에서는 국기원에서 김운용(1931~2017)씨를 지원해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을 만들었어요. 세계태권도연맹은 해외에 사범들을 적극적으로 보내 현지에서 인지도를 높여나갔어요. 이렇게 국제적 인기를 얻게 된 태권도를 2000년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지요. 그러면서 한국의 태권도가 훨씬 더 널리 알려졌어요. 반면 북한 태권도는 명맥은 지켜왔지만 국제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습니다.
지난 4월 2일 북한 평양대극장에서 남북 태권도시범단이 공연하고 있어요.
지난 4월 2일 북한 평양대극장에서 남북 태권도시범단이 공연하고 있어요.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태권도가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면 이건 분단된 남과 북이 통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거예요. 원래 뿌리가 같았던 무예가 정치적 이유로 둘로 갈라져 서로 다른 모습으로 수십 년간 성장해왔는데, 다시 '하나의 태권도'로 태어나는 거예요.

태권도는 무예(武藝) 스포츠의 한 종류예요. 영어로 '마셜 아트(martial art)'라고 부르는 무예는 전 세계 수백 종이 넘어요. 원래 전투를 하고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개발한 싸움의 기술이었는데 점차 자기수양을 위한 수련법으로 모습을 바꾸어 전수되었죠. 요즘엔 스포츠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많은 사람이 취미 삼아 하고 있기도 해요.

특히 한·중·일 무예는 일상 스포츠로 대중화했는데요. 우리는 무예라는 표현을 선호하지만 일본은 무도(武道·부도), 중국은 무술(武術·우슈)이라는 말을 많이 써요. 우리나라 무예엔 태권도 외에 태껸·합기도·십팔기 등이 있어요. 일본은 검도·유도·공수도·궁도·아이키도가 유명하고요. 중국은 민족이 다양해 그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예요. 그래도 태극권·당랑권·영춘권·팔괘장은 한 번쯤 들어봤을 거예요.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전 세계의 다양한 무예를 한자리에 모아 세계무술축제를 개최해왔고,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또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의 회장국이기도 해요. 2019년에는 충주에서 제2회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가 열릴 예정이에요. 무예를 통해 전 세계가 하나 되는 노력을 이전부터 실천해오고 있었던 셈이에요. 그러니 남북 태권도를 통합하는 의미 있는 일도 멀지 않을 거라 기대합니다.



최의창·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