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상처 입은 열일곱 소녀들의 백 마디 말보다 든든한 위로

입력 : 2018.11.17 03:07

우리들의 다정한 침묵 -리안 쇼

열일곱 살 소녀 알렉산드리는 자동차 사고로 유일한 친구를 잃었습니다.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알렉산드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기로 결심해요. 그만 잊을 때도 되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조언을 해주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더 무겁습니다. 마침 사회봉사 때문에 병원에 간 알렉산드리는 조니라는 동갑 소녀를 만납니다. 조니는 병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알렉산드리는 조니의 언어 치료를 돕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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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한

'우리들의 다정한 침묵'은 대화를 기록한 책입니다. 말을 포기한 소녀와 선천적으로 말을 못하는 소녀는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보다 먼저 살펴볼 것이 있어요. 두 소녀는 무수한 말들에 상처받은 영혼들이란 사실이죠. 슬픔을 다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서 "이제 그만 벗어나"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알렉산드리. 그런가 하면 조니는 겉모습만으로 자신을 판단하는 거친 말들로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상태였죠.

그래서일까요. 알렉산드리와 조니는 서로에게 끌렸어요. 같이 있는데도 서로에게 답답해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위안이었죠. 두 사람은 점차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을 나눌 수 있고 그렇게 나눈 마음이 관계를 더 깊게 한다는 사실도 알아가게 됩니다. 실은 알렉산드리가 조니에게서 더 많은 위안을 받아요. 세상이 온통 슬플 수밖에 없을 것처럼 보이는 조니가 편견을 이겨내고 단단한 마음을 품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죠. 제목이 '우리들의 다정한 침묵'인 이유, 이제 아시겠죠? 인생의 가치를 새롭게 알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삶'의 다양한 이면, 이를테면 죽음처럼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쉬운 일들을 대하는 방식을 알려줘요.


장동석 출판 평론가, '뉴필로소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