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9년간 행성 2662개 발견… '제2의 지구' 찾아다녔죠

입력 : 2018.11.15 03:05

케플러 우주망원경

우주망원경에도 '은퇴'가 있다는 것 알고 계세요? 지난달 30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태양에서 약 1억5000만㎞ 떨어진 궤도에서 지구를 따라 돌고 있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은퇴시키기로 했어요.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NASA가 2009년 3월 지구와 닮은 외계 행성을 찾기 위해 우주로 쏘아 올렸어요. 그동안 항성 53만506개, 행성 2662개, 초신성 61개를 새로 발견했지요.

'행성 사냥꾼'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9년간 활동 끝에 휴먼 모드로 전환됐어요. 앞으로는 어두운 우주 공간에서 영원한 휴식을 하게 됩니다. 탐사 활동에 필요한 연료가 거의 떨어졌기 때문이지요.

◇태양계는 '특별한 존재' 아니다

NASA는 왜 지상에서 우주를 관측하지 않고 굳이 망원경을 우주에 띄운 걸까요? 지상 망원경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지상에서 관측하면 대기층에 있는 기체들 때문에 가시광선은 흩어지고, 자외선·적외선·감마선·X선은 흡수돼 우주에서 관측하는 것만큼 정확하게 관측할 수가 없다고 해요.

그래서 NASA는 망원경을 우주에 보냈어요. 행성이 어떻게 항성 주위를 도는지 밝혀낸 16세기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Kepler·1571~1630)의 이름을 따서 망원경을 '케플러'라 명명했지요. 태양처럼 스스로 타면서 빛을 내는 천체가 항성, 지구처럼 항성 주위를 도는 천체가 행성이에요.
은퇴하는 행성사냥꾼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임무는 지구처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을 찾는 것이었어요.

현재까지 인류가 확인한 외계 행성의 70%는 바로 이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찾아냈답니다. 이 중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지구형 행성'도 10개가 넘어요. 지구형 행성은 암석으로 이뤄져 있고 대기가 있는 행성이에요.

'제2의 지구' 발견을 꿈꾸며 케플러 프로젝트를 주도한 윌리엄 보루키 전 NASA 수석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어요. "10년 전 우리는 태양계가 우주에서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늘 우리는 태양계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우주에 관한 인류의 인식을 크게 바꿔놓은 거예요.

◇160㎞ 거리의 벼룩 한 마리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어떻게 지구형 행성을 찾아내는 것일까요? '행성이 별빛을 가리는 현상'을 이용했다는 게 정답이에요.

달이 지구 주위를 돌다가 태양의 일부를 가리면 일식 현상이 일어나 지구에서 바라보는 태양이 어두워지죠. 마찬가지로 우리 앞에 있는 어떤 행성이 항성(별) 앞을 지나가면 항성의 빛이 어두워져요.

예를 들어 어떤 관찰자가 목성 뒤에 서서 목성과 태양을 본다고 가정해볼까요? 목성이 태양 앞을 지나가면 목성이 태양을 가린 만큼 그 사람이 보는 태양의 빛이 어두워질거예요. 목성의 지름이 태양의 10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밝기는 목성의 면적인 약 100분의 1만큼 줄어들지요. 즉, 목성이 태양을 가렸을 때와 안 가렸을 때 지구에서 보는 태양의 빛이 1%만큼 차이가 나게 돼요.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이런 미묘한 빛의 변화를 0.002% 차이까지 감지할 수 있어요. NASA는 이걸 가리켜 "100마일(약 160km) 떨어져 있는 자동차 전조등 앞을 기어가는 벼룩을 찾아내는 능력"이라고 설명했지요.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2011년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구역'에서도 행성을 발견해냈어요. 무슨 뜻이냐고요? 항성(별)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행성은 너무 추워서 얼음뿐이고, 반대로 너무 가까운 행성은 너무 뜨거워서 수증기뿐이에요.

물이 물로 존재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생존 권역(habitable zone)'이라고 부르죠. 이 권역 안에 있는 행성을 찾아냈다는 건 즉,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을 찾아냈다는 뜻이에요. 그중 상당수가 지구처럼 암석으로 되어 있고, 대기가 있는 지구형 행성이었어요.

◇공기와 물이 있는 행성

그렇다면 생존 권역 안에 존재하는 지구형 행성들은 어떤 곳일까요? 먼저 지구와 비슷한 크기와 질량을 지녀야 해요. 그래야 적당한 중력을 유지해서 대기가 우주로 날아가지 않게 붙들어 둘 수 있거든요. 또 기온이 0~100도 사이라야 해요.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찾아낸 '케플러-22b' 행성은 지구에서 600광년 떨어진 시그너스 성단에 있는 행성이에요. 빛이 1년 동안 나아가는 거리가 1광년이니 어마어마하게 멀리 떨어진 셈이죠. 1광년은 약 9조4600억㎞랍니다. NASA는 이 행성이 지구처럼 표면에 물이 있고 생명이 존재하기에 적당한 기후일 거라고 보고 있어요. 이 행성은 지구보다는 크지만 해왕성보다는 작아요.

2015년 지구에서 약 1400광년 떨어진 백조자리에서 발견된 '케플러-452b'도 지구보다 직경이 1.6배 컸어요. 공전주기는 385일로 비슷했고요.

이제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전설로 남게 됐어요. 지난 4월 NASA는 케플러 망원경의 뒤를 이어 우주를 관측할 '테스(TESS)'를 쏘아 올렸어요. 테스는 '천체면 통과 외계 행성 탐색 위성(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의 줄임말이랍니다. 앞으로 테스는 지구에서 30~300광년 떨어져 있는 외계 행성들을 중점적으로 탐사할 계획이에요.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테스가 외계에서 생명체를 발견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답니다.



서금영·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