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63] '지양'과 '지향'

입력 : 2018.11.15 03:03
"정권이 독단적으로 일방통행하는 국정 운영은 (지양, 지향)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지양, 지향)해야 할 가치는 생태학적 측면이지 기술 경쟁력이 아닙니다."

첫 문장은 한 야당 의원의 최근 발언이고 둘째 문장은 탈원전 정책 토론회에서 찬성 측 토론자가 한 발언이에요. 각각 어느 낱말이 들어가야 할까요? 각각 '지양' '지향'이 맞습니다. 그런데 위 내용을 글로 읽지 않고 말로 들을 때는 어떨까요? 발음을 정확히 구별하지 않는다면 듣기에 따라서는 헷갈릴 수 있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지양(止揚)은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하여 어떠한 것을 하지 아니함'이라는 뜻이에요. '피함' 또는 '하지 않음'으로 순화해 쓸 수 있죠. '지양하다'는 뜻을 가진 영어로는 'reject' 'sublate'가 있어요. '갈등을 지양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 '저출산 정책이라면서 돈을 퍼 주는 선심성 대책은 지양해야 한다'같이 쓸 수 있어요.

지향(志向)은 '어떤 목표로 뜻이 쏠리어 향함. 또는 그 방향이나 그쪽으로 쏠리는 의지'라는 뜻이에요. 비슷한 말로는 '추구하다, 목표하다'가 있고, 영어 낱말로는 'aim' 'pursue'에 해당하지요. 예를 들면 '복지국가 지향' '올림픽은 인류의 평화와 공존을 지향하는 지구촌 축제'와 같이 쓸 수 있어요.

두 단어는 각각 [지양]과 [지향]으로 소리 나지만 실제로 들으면 발음만으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죠. 이 때문에 문맥을 잘 살펴봐야 해요. 잘 보면 지양은 대체로 부정적 의미와, 지향은 긍정적 의미와 함께 쓴다는 걸 알 수 있겠죠? '경제적 불평등을 지양하고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입시 위주 교육을 지양하고 저마다의 꿈을 키워주는 교육을 지향합시다'처럼요. 그럼 다음 예문을 통해 두 단어의 차이를 확실히 짚어 봅시다.

〈예시〉

―상업주의와 과장 광고 지양

―그 사람은 매우 권력 지향적인 편이다.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말하면서도 위안부 문제에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일본 정치인이 많다.

―남북 관계의 이질화를 지양하고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한 건주의'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

―그 회사는 업계에서 최고를 지향하고자 노력 중이다.

―'犬통령' 과 같은 무분별한 조어(造語)를 지양해야 한다.



류덕엽·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