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낯선 곳 정착하는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 전하는 그림책
도착 -숀 탠
가난한 살림이 있는 방 안에서 아버지는 짐을 싸고 있어요. 즐거운 여행길은 아니군요. 아버지와 아이와 엄마가 손을 잡고 가는 삭막한 골목길에는 괴물의 그림자가 어른어른합니다. 이 위험한 도시에 엄마와 아이만 두고 아버지는 기차를 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도, 멀리 가는 아버지도 불안하고 외롭습니다. 아버지가 수많은 사람에게 부대끼며 탄 배가 도착한 곳은 낯선 나라입니다. 처음 보는 문자, 처음 보는 풍경, 처음 보는 동물들. 아버지는 수많은 사람에게 떠밀려 앞서거니 뒤서거니 검사를 당하고 그 도시에 머물기를 허락받습니다.
- ▲ /숀탠, 사계절
이 낯선 나라에서 아버지는 고군분투합니다. 그러면서 자기와 마찬가지로 고향에서 도망쳐 머나먼 길을 온 사람들을 만나죠. 강제 노동에서 탈출한 사람, 화염방사기를 뿜는 거인들을 피해 도망친 사람, 전쟁터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람. 그들은 아버지가 적응할 수 있도록 친절을 베풉니다. 간신히 그곳에 생활을 할 수 있는 작은 자리를 편 아버지는 가족을 그 낯선 땅으로 부릅니다. 겁에 질린 얼굴로 도착한 이들은 아버지를 만나자 기쁨에 겨워 포옹을 하지요. 새 땅에서 이 가족은 공포가 없는 안정적인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른 낯선 이들에게 친절을 베풉니다.
이 아름다운 그림책은 연필로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요.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느낌이지요. 글씨는 없지만 이 책에 실린 그림 841개만 봐도 저자가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어요. 저자는 중국인과 호주 백인인 부모님과 호주에서 살았다고 해요. 책의 앞머리에 쓴 "부모님께 바칩니다"라는 헌사는 이 책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낯선 나라에 와서 고생했던 부모님의 심정을 헤아린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