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美 YMCA에서 시작한 농구·배구… 올해 핸드볼 끼며 '삼파전'
입력 : 2018.11.13 10:17
겨울철 실내스포츠
- ▲ /게티이미지뱅크
이제 축구와 야구 시즌이 지나고 겨울철 스포츠 리그가 본격적으로 열립니다. 먼저 농구와 배구가 양대 겨울철 실내스포츠로 꼽히죠. 예전에는 농구가 관중 동원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2010년대 들어 배구 팬들이 급격히 늘었죠.
사실 이 두 스포츠는 형제라고 할 수 있어요. 둘 다 1890년대 미국 기독교청년회(YMCA)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1891년 YMCA 국제훈련센터 체육부장이던 제임스 나이스미스(Naismith)는 레슬링보다 신체 접촉이 적고 기계체조보다는 덜 힘겨운 운동을 고안했어요. 양쪽 끝에 걸어놓은 바구니에 공을 던져 넣는 바스켓 볼(Basket Ball·농구)이 이렇게 시작됐죠.
뒤이어 1895년 배구가 탄생했어요. 역시 YMCA 소속이던 윌리엄 모건(Morgan)이 핸드볼·테니스·배드민턴·농구 특징들을 섞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손으로 공을 주고받는 '민토네트(Mintonette)'라는 게임을 창작했어요. 이 게임의 첫 시범 경기를 본 한 교수가 공을 땅에 떨어트리지 않고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발리볼(Volleyball·배구)'이라는 지금의 이름을 제안했지요. 축구에서 날아오는 공이 땅에 닿기 전에 슛을 하는 '발리슛'에서 착안했어요.
당시 미국 청교도들은 기독교 사상을 중시하고 있었어요. 건강한 신체를 바탕으로 성실히 노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YMCA는 젊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곳이었어요. 농구·배구 외에 라켓볼·소프트볼을 만들어낸 건 물론이고 이후 선교 활동에 스포츠를 적극 이용했지요.
올해부터는 농구·배구와 함께 핸드볼이 국내 겨울 실내스포츠계에 도전장을 내밀었어요. 국내 핸드볼 리그가 올해부턴 겨울로 시기를 옮겨 11월에 개막해 내년 4월까지 진행하거든요. 지난 2일 '핸드볼 코리아리그'가 열리면서 농구·배구와 더불어 겨울 스포츠 삼파전이 시작됐습니다.
핸드볼은 임오경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 감독 얘기를 다룬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도 우리에게 매우 친근하죠. 국제 대회에서 경기력은 농구나 배구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에요. 핸드볼은 어느 한 개인이 만들어낸 운동은 아니에요. 스포츠로 알려지기 전에 19세기쯤 이미 덴마크, 우크라이나, 독일 같은 곳에서 현재 핸드볼과 유사한 운동들을 하고 있었어요.
서양에서 만들어진 구기 운동들은 동양에 소개되면서 한자 이름을 갖게 됐어요. 초기 농구는 그물이 아닌 바구니에 공을 넣었죠. 그래서 '대바구니 농(籠)' 자를 써 농구(籠球)라고 했어요. 동양에서 대나무가 흔했기 때문이었겠죠.
공을 받아 위로 올려보내는 동작에 착안해 배구(排球)는 '밀어내는' 혹은 '밀쳐 보내는' 공 운동이라는 의미를 갖게 됐죠. 앞서 말한 '하이큐'는 이 한자를 일본어로 읽을 때 나는 소리를 그대로 옮긴 거예요.
핸드볼은 예전엔 공을 손으로 던지는 동작을 강조해 '보낼 송(送)' 자를 써 송구(送球)라고 했으나 요즘은 이 말을 거의 쓰지 않아요. 대신 손으로 하는 공 운동이라는 뜻의 '수구(手球)'라는 단어를 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