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하얀색 껍질에 기름기 많아… '자작자작' 소리내며 불에 잘 타요

입력 : 2018.11.09 03:00

자작나무

추위가 찾아오자 빨갛고 노란 단풍이 색이 바래가죠. 그런데 유난히 산등성이를 따라 반짝이는 나무가 있어요. 바로 자작나무랍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며 멀리서 봐도 자작나무는 쉽게 알아볼 수 있어요. 다른 나무와 달리 줄기가 하얗고, 얇게 껍질이 벗겨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에요. 잎도 삼각형으로 가장자리가 각지고 중간 부분이 넓은 독특한 모양을 한 데다 잎자루가 무척 길어 바람이라도 불면 잎들이 파르르 떨면서 햇빛을 반사한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고상하던지 서양에서는 자작나무를 가리켜 '숲속의 귀족'이라고 부르기도 했대요.

자작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줄기가 하얘 쉽게 알아볼 수 있어요.
자작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줄기가 하얘 쉽게 알아볼 수 있어요. /최새미 제공
자작나무는 숲을 이뤄 자라는 나무예요. 흔히 수십~수백 그루가 한군데에 모여 자라지요. 한 그루가 차지하는 공간이 좁다 보니 줄기는 가늘지만 키는 곧고 높게까지 자라난답니다. 산 바닥에 누렇게 낙엽이 깔리는 늦은 가을이면 마치 눈이 온 것처럼 자작나무들이 촘촘히 모여 하얗게 빛을 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드라마나 소설, 영화에서도 늦가을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배경으로 자작나무 숲을 그려내곤 했나 봐요.

자작나무 하얀색 껍질에는 기름기가 무척 많아요. 그래서 불이 잘 붙어요. 실제로 자작나무는 불에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잘 타서 자작나무라고 이름이 붙었죠. 옛날에는 초가 흔하지 않아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이고 결혼식을 했어요. 또 자작나무는 항균작용을 하는 물질도 포함하고 있어 잘 썩지 않는답니다.

자작나무 껍질을 얇게 벗겨 종이처럼 만들어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쓰고 보관하기도 했어요.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나 팔만대장경 일부도 자작나무 껍질을 재료로 만들어졌어요. 천 년이 지나도록 습도나 기온의 변화, 벌레의 공격을 모두 막아낸 셈이에요.

자작나무와 관련해 잘 알려진 물질이 바로 '자일리톨'이에요. 설탕과 비슷한 정도로 달지만, 열량은 낮아 인기를 끈 감미료예요. 자작나무 줄기나 가지의 껍질을 건조해 톱밥으로 만든 뒤 170~190도의 뜨거운 온도에서 끓이면 '자일란'이라는 성분을 얻을 수 있어요. 이 자일란을 분해해 '자일로스'를 만들고 화학처리를 하면 우리가 흔히 먹는 자일리톨이 만들어져요. 자일란을 옥수수나 활엽수에서 더 저렴하게 추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자작나무숲이 발달한 핀란드에서는 자일리톨을 특별히 '자작나무 설탕'이라고 부르며 주원료로 자작나무를 사용하고 있답니다.


최새미 식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