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인물] 37세에 콜 前 총리에게 깜짝 발탁… 13년째 '유럽의 리더' 맡고 있죠

입력 : 2018.11.07 03:00

메르켈

18년째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 대표로 있는 앙겔라 메르켈(Merkel·64·사진) 독일 총리가 지난달 29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어요. 또 총리직은 현재 임기인 2021년까지만 맡겠다고 했지요. 메르켈은 2005년 총리에 올라,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이기며 네 번째 총리직을 맡고 있어요. 13년째 총리를 맡으며 '유럽의 리더' 역할을 해왔지요. 메르켈이 만약 이번 임기를 무사히 마치면 16년간 재임하게 돼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독일 최장수 총리에 오르게 됩니다.

메르켈은 1954년 통일 독일 이전 서독 지역인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어요. 그해에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동독 지역인 브란덴부르크의 작은 마을 템플린으로 이주해 자랐어요. 통일 이전엔 물리학 박사로 동베를린 물리화학연구소에서 일했습니다. 과학자로 살던 메르켈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동독 민주화 운동 단체에 가입하는 걸 첫걸음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합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PA 연합뉴스
메르켈을 이야기할 땐 콜 전 총리 이야기가 빠질 수 없어요. 콜 전 총리가 1991년 메르켈을 깜짝 발탁하면서 메르켈이 37세에 통일 내각의 여성청소년부 장관을 맡게 됐거든요. 메르켈은 이후 환경부 장관도 지냈어요.

1999년 12월 메르켈의 '정치적 대부' 격인 콜 전 총리가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 메르켈은 냉정하게 등을 돌렸어요. 콜 전 총리의 정계 은퇴를 주장하면서 당의 어려움을 수습했죠. 그렇게 2000년 첫 여성 당수 자리에 오르는 등 경력을 쌓아나가다 2005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독일 최초 여성 총리가 됐습니다.

메르켈은 독일뿐 아니라 유럽의 지도자 역할도 맡았습니다.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유럽연합이 일치된 해결책을 찾도록 구심점 역할을 했지요. 난민 100만명을 수용하는 포용 정책을 펴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어요.

어려서부터 메르켈이 총리로 있는 모습만 보고 자란 독일 청소년들은 역으로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고 해요. 독일어로 총리는 '칸츨러(Kanzler)'인데, 메르켈 뒤에 붙는 여성형 명사 '칸츨러린(Kanzlerin)'이 더 익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