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저 꼭대기에 뭐가 있는데?" 두 애벌레의 여행 이야기

입력 : 2018.11.03 03:04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폴러스

1972년 처음 출간돼 40년 넘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가 있어요. 미국 작가이자 조각가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살면서 중요한 삶의 기준과 원칙을 세워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주인공은 호랑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예요. 호랑 애벌레는 "그저 먹고 자라기만 하는 건 따분해"라고 말하는, 한마디로 생각이 있는 애벌레예요. 호랑 애벌레는 그간 그늘과 먹이를 제공해 준 정든 나무를 기어 내려왔어요. 때마침 꼭대기를 향해 기어오르는 무수히 많은 작은 애벌레들을 발견하고 무리 속으로 뛰어듭니다.
책 속 일러스트
/트리나 폴러스, 시공주니어
호랑 애벌레는 옆에 있는 애벌레에게 "저 꼭대기에 뭐가 있는데?"라고 물어요. 돌아온 대답은 "그건 아무도 몰라. 하지만 모두 저기에 가려고 서두르는 걸 보면 아주 멋진 곳인가 봐"였습니다. 모두 위로만 향해 기어갈 뿐 목적지가 어디인지, 왜 가야 하는지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결국 호랑 애벌레는 왜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야 하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는 노랑 애벌레를 만나 함께 무리에서 빠져나옵니다. 두 애벌레는 두려웠지만 "쉴 새 없이 남과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두 애벌레는 이후에도 함께 있으면서 갖가지 일을 겪다가 각자 의미 있는 삶을 찾아 이별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나비가 되죠. 사실 애벌레에게 나비가 되는 일은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숙명입니다. 나비가 되는 것만이 애벌레의 목적인 셈이죠.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나비는 바로 우리라는 생각. 우리는 혹시 아무런 목적 없이,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그걸 따라 하지 않나요.



장동석·출판 평론가, '뉴필로소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