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은의 미술관에 갔어요] 도시라는 무대에 선 현대인, 렌즈에 담았어요
문명 ―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展
- ▲ 작품1 - 플로리안 뵘, ‘걷기 위한 기다림’ 연작 중 ‘뉴욕48번가/5번가’, 2005. /국립현대미술관,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展
이 사진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시에 출품된 작품입니다. 이 전시는 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사진으로 보여주는데요. 1990년대 초부터 25년 동안 지구 이편저편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32개국 사진작가 135명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랍니다. 내년 2월 중순까지 우리나라에서 전시하고, 그 뒤 중국, 호주, 프랑스 등 10여 개 미술관에서 순회전시를 열 예정이라고 합니다.
- ▲ 작품2 - 나탄 드비르, ‘곧 출시’ 연작 중 ‘데시구알(Desigual)’, 2013. /국립현대미술관,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展
- ▲ 작품3 - 올리보 바르비에리, ‘특정 장소-멕시코 시티 11’, 2011. /국립현대미술관,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展
- ▲ 작품4 - 에드워드 버틴스키, ‘제조17번, 더후이시 데다 닭 처리 공장, 중국 지린성’, 2005. /국립현대미술관,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展
사람들로 가득 찬 사진인데, 문득 낯설게 보이는 장면들도 있습니다. 작품4를 보세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줄지어 서 있는데, 모두 똑같은 분홍색 옷을 입고 있으니 좀 이상하지요? 이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이 사진은 중국의 대규모 닭 공장 근로자들을 찍은 거예요. 공장이 워낙 큰 데다 똑같은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의 대열이 끝없이 이어지니, 저 멀리 끝에 가면 점처럼 작아지고 말지요. 여기 있는 근로자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개성을 가진 개인이 아니라, 그저 잘 관리되고 작동되는 기계의 부속품처럼 느껴져요. 아무도 도드라져 보이지 않고, 모두가 그저 집단 속 하나로서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13억 인구를 먹여야 하는 중국에서 현대적인 식품 생산이 얼마나 집단적으로, 대규모로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전시 제목이 말해주듯, 이런 이미지들이 결국 우리가 사는 방식이고 문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문명이라는 말은 문화와 비슷하게 쓰이지만 주로 도시에서의 삶을 뜻해요. 도시에 산다는 것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주변 환경을 사람에게 맞게 바꾸어가면서 살게 된 것을 말하지요. 문명은 삶의 경험을 지식으로 바꾸어 쌓아가는 것이기도 해요. 사람은 경험을 지식 체계로 만들어 축적해나가요. 다른 동물처럼 생존 그 자체에만 에너지를 전부 써버렸다면 이렇게 빛나는 문명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에요.
하지만 빛나는 문명은 사람마저 때로는 광고 이미지의 일부로, 때로는 공장 기계의 일부로 만들어 버렸지요.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서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지 한번쯤 짚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