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중국, 암초에 거대한 인공섬 지어 영유권 주장하고 있죠

입력 : 2018.11.02 03:07

남중국해 갈등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간 군사 갈등이 날로 심해지고 있어요. 남중국해는 중국·필리핀·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가 서로 자기네 영해라고 분쟁 중인 곳이에요.

얼마 전에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함정이 미국 이지스 구축함에 41m까지 접근하는 사건도 있었어요. 해상에서 선박 간 안전거리는 약 450m인데 41m까지 가까이 다가갔다는 건 '충돌 직전'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있어요. 미국과 중국 함정이 이렇게 가까이 접근한 건 처음이라고 해요.

중국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 함정에 가까이 갔을까요? 그리고 미국은 왜 미국과 한참 떨어진 동남아시아의 남중국해에 함정을 보냈을까요?

◇각국의 영토 분쟁

지도를 한번 펴 볼까요? 중국은 서쪽으로 인도차이나 반도와 말레이 반도로 이어져요. 그 앞으로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여러 섬나라가 펼쳐져 있고요. 남중국해는 그들 한복판에 자리 잡은 바다예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암초 ‘피어리크로스’에 중국이 인공 섬을 세웠어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암초 ‘피어리크로스’에 중국이 인공 섬을 세웠어요.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
이렇게 많은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보니, 자연히 영토 분쟁 지역이 많아요. 프라타스 군도는 중국과 대만 두 나라가, 파라셀 군도는 중국·대만·베트남 세 나라가, 스프래틀리 군도는 중국·대만·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브루나이 여섯 나라가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어요. 분쟁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남중국해 해저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많이 묻혀 있기 때문이에요. 또 남중국해가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길목에 있는 교통·군사 요충지라는 점도 여러 나라가 이 바다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를 설명해주죠.

아주 옛날엔 평화로웠다는데

영토 분쟁이 불거지기 전까지 원래 남중국해는 여러 나라 어민들이 오랜 세월 고기잡이를 해온 평화로운 바다였어요. 베트남처럼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는 나라도 여기서 고기를 잡고, 중국 어민들도 배를 띄웠어요.

중국 원나라가 남중국해에 흩어진 여러 섬을 자기네 영토로 삼았지만, 대부분 암초와 작은 섬으로 이뤄진 바다라 지속적으로 관리하진 않았어요. 원나라에 이어 중국 대륙을 차지한 명나라가 황제 명령으로 정화(鄭和·1371~1433) 장군이 이끄는 대함대를 내보낸 적이 있어요. 정화 장군의 원정대는 남중국해를 지나며 수많은 나라에 조공을 바치라고 요구했어요. 원정대가 다녀간 나라는 아프리카 케냐까지 30여 국가나 된답니다.

무역도 번성했어요. 여러 나라 배가 지나는 길목에 있어 '아시아의 지중해'로 통했거든요. 특히 17세기엔 향료 무역의 중심지가 됐어요.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선원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품고 이 바다를 건넜어요. 이곳을 통해 유럽으로 건너간 향료와 차, 도자기가 유럽 사람들 일상을 바꿔 놓았지요.

◇열강이 눈독 들인 '아시아의 지중해'
중국이 주장하는 영유권 범위 지도
무역 중심지가 된 남중국해는 곧 유럽 열강의 각축장으로 변했어요. 16세기에 포르투갈이 들어온 걸 시작으로, 이후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등이 무역 주도권을 둘러싸고 충돌했습니다. 19세기가 되자 인도를 식민지 삼은 영국, 베트남을 식민지 삼은 프랑스가 세력을 뻗었지요. 미국도 필리핀을 통해 동남아시아에 진출했고요.

1939년 일어난 제2차 세계대전은 동남아시아 판세를 다시 한 번 바꿨어요. 유럽 열강이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전쟁을 벌이는 동안, 일본이 동남아시아로 진격했기 때문이지요.

동남아 주민들은 유럽 열강의 착취에 시달렸기 때문에, 처음엔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을 해방자로 여겼다고 해요. 일본이 "서양 제국주의 세력을 몰아내고, 아시아 사람들끼리 일본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대동아 공영권(아시아 공동체)'을 이루자"는 명분을 내세웠거든요.

하지만 일본도 '또 다른 침략자'에 불과하다는 게 곧 드러났어요. 곧 연합군을 상대로 태평양전쟁을 벌이면서, 과거의 유럽 열강보다 한층 혹독하게 아시아 사람들을 착취하고 학살했기 때문이에요.

◇암초에 인공 섬 세우는 중국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서구 열강이 물러간 뒤에도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은 되레 심해졌어요. 스프래틀리 군도가 대표적이에요. 스프래틀리 군도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섬이 거의 없고 암초만 70여 개 있어요. 그런데도 여섯 나라가 갈등 중이죠.

얼핏 보기엔 영토로서 가치가 없어 보이지만, 바다 밑 천연자원을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지거든요. 중국은 이곳을 자기 영토로 인정받기 위해 2013년부터 일부 암초 위에 인공 섬을 만들고 있어요. 이렇게 만든 인공 섬 면적은 스프래틀리 군도 전체 자연 면적의 약 7배나 돼요. 이 과정에서 가뜩이나 환경오염으로 망가지고 있는 산호초 군집 지대까지 파괴돼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어요.

남중국해는 세계 연간 교역량의 3분의 1이 거쳐 가는 바다인데, 중국이 자기네 주장을 끝내 관철하게 된다면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약 90%가 중국에 속하게 됩니다. 남중국해는 한국·일본 같은 동북아 국가들이 에너지를 수입하고 물건을 수출하는 핵심 통로인데, 이 바다를 중국이 장악하면 불안해지지 않을 수 없죠. 그래서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가 "공해에서는 평상시에 어느 나라 선박이든지 안전하고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항행(航行) 자유를 외치고 있어요. 미국이 남중국해에 함정을 보낸 이유, 중국이 이를 못마땅해하며 충돌 직전까지 자기네 함정을 따라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해요.


안영우·명덕고 역사 교사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