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새먼의 국제뉴스 따라잡기] EU가 만든 거대한 市場 탈퇴… 英, 왜 외톨이 되려 할까요?
브렉시트
우선 유럽연합이 왜 생겼는지부터 알아볼까요? 지난 세기를 뒤흔든 두 차례 세계대전은 모두 독일과 프랑스의 대립이 출발점이었어요. 그래서 전후에 '독일과 프랑스가 다시 서로를 공격하지 않도록 경제적 파트너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어요.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얽혀 있는 나라끼리는 전쟁을 피할 거란 생각이었죠. 실제로 유럽연합이 생긴 뒤, 수백 년간 전쟁이 그치지 않던 유럽에 평화가 찾아왔어요.
현재 유럽연합은 28 회원국의 공동체가 됐어요. 역사상 가장 큰 자유 무역 지대, 자유 여행 지대예요. 세계 최대 자유 무역 지대라 국제사회에서 영향력도 크답니다.
- ▲ 지난 20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EU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장클로드 융커(왼쪽) EU 집행위원장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인사하고 있어요. 웃고 있지만 둘 사이엔 팽팽한 긴장이 흘러요. EU 정상들은 이날 메이 총리가 내놓은 브렉시트 탈퇴 방안을 거부했어요. /AFP
저는 브렉시트가 제 평생 일어난 최악의 정치적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찬성하는 사람들과 제대로 토론하려면, 상대 주장을 듣고 이해하고 어느 정도 공감도 해야겠지요. 그런 뜻에서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을 먼저 살펴보자면, 그들은 영국이 유럽연합 수도 브뤼셀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가지 법과 결정을 따르도록 강요받아왔다고 봐요. 국경이 열려 있어, 수백만 이주자를 받아들이게 됐다는 주장도 해요. 이주자 상당수가 영국의 부만 누리고, 영국 사회에 통합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주자 중에 소수지만 범죄자도 있고 심지어 테러리스트도 있다고요.
그들은 또 영국이 유럽연합 울타리 밖으로 나와 수많은 나라와 개별적으로 자유 무역 협정을 맺는 게 더 이익이라고 봐요.
반대로 저처럼 유럽연합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유럽연합이 영국 기업에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준다고 봐요. 유럽연합에 있으면 유럽 어디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지요. 소비자들은 유럽연합 내의 자유 무역 덕분에 이탈리아 음식, 독일 차, 스페인 여행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죠.
이주자 문제도 생각이 달라요. 영국에 온 이주자는 대개 영국인보다 열심히 일하고 아이도 많이 낳지요. 영국을 젊게 만든달까요? 유럽연합에서 나오면 시장도 자유도 잃고, 영국이 유럽연합의 일원으로서 누려온 영향력도 사라질 수 있어요. 무엇보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빠져나오면, 경제적으로 타격이 클 거예요.
사실 브렉시트에는 국제사회의 주요 흐름이 압축되어 있어요. 세계화와 이민 물결에 대한 반발이 대표적이죠. 유럽연합에 대한 불만을 부추기는 가짜 뉴스 때문에 영국 국민이 나쁜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도 있어요.
브렉시트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건 무엇일까요?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으려면, 자신의 독립성을 어느 정도 잃는 게 불가피해요.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유엔,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죠.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려면 선을 지켜야 하는데, 때로는 거기서 문제가 생겨요. 북한을 지원하는 게 유엔 제재에 어긋나니까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는 게 한 예죠.
그런데도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관계를 유지해서 얻는 이익이 불이익보다 많기 때문이에요. 이건 개인의 삶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인지 몰라요.
내년 3월 영국은 유럽연합을 떠나 완전한 주권과 독립을 되찾게 돼요. 꼭 긍정적인 일일까요? 세계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자기네 체제와 독립성과 주권을 지키고 있다고 쉬지 않고 떠드는 나라가 하나 있어요. 자기네를 바꾸려는 국제사회의 시도를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있지요. 열성적으로 민족주의적이고, 자부심이 강해요. 그렇지만 저는 그 나라에 살고 싶지 않아요. 북한이거든요.
※앤드루 새먼(Salmon·52)은 영국 더 타임스지(紙)와 미국 워싱턴 타임스지(紙) 서울 특파원을 거쳐 지금은 아시아타임스 동북아 특파원으로 근무 중인 지한파 외신 기자입니다. 기사 내용은 아시아타임스 논조와 무관한 새먼 특파원의 자유로운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