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지상 50㎞ 승강장서 출발해 우주까지 8일 걸린대요

입력 : 2018.10.25 03:05

우주 엘리베이터

일본 만화 '은하철도 999'에서는 기차가 하늘로 날아올라 우주여행을 해요. 공상과학(SF) 소설이나 영화에선 현실에서 꿈꿀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죠. 지구에 기지를 세우고 우주정거장까지 올라가는 우주 엘리베이터 개념도 마찬가지예요.

지난달 22일 일본에서는 최소형 위성 2기를 실은 로켓을 쏘아 올렸어요. 고도 400㎞에서 두 위성을 10m 거리로 떨어뜨려 놓고 특수 케이블로 연결한 뒤, 이 케이블을 따라 작은 모형 엘리베이터를 이동시켜 볼 예정이에요. 우주 엘리베이터가 실제로 우주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실험해 보는 셈이죠.

◇2050년엔 우주 엘리베이터 탈 수 있을까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아이디어는 1895년 러시아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가 처음 생각했어요. 그는 프랑스 에펠탑이 우주로 솟은 형상처럼 지상의 건축물을 우주까지 쌓아 올리는 개념을 착안했어요. 또 다른 러시아 과학자 유리 알츠타노프는 1960년 정지 위성에서 지구를 향해 추를 매단 기다란 케이블을 늘어뜨려서 엘리베이터를 운영하는 방안을 구상했어요.

그 뒤 여러 과학자가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해 연구했어요. 현재는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설치를 추진하고 있어요. 이들이 우주 엘리베이터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막대한 건설 비용이 들 텐데 말이에요.
우주 엘리베이터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 장기적으론 우주로 보내는 화물 운송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에요. 우주 왕복선으로 물자를 실어 나르면 화물 1㎏당 약 2500만원쯤 들어요. 반면 우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100분의 1 수준인 22만원까지 비용을 떨어뜨릴 수 있거든요. 그만큼 관측·실험 장비와 사람을 우주로 많이 보낼 수 있겠죠. 우주 엘리베이터는 우주개발의 고속도로가 될 거예요.

특히 일본 시즈오카 대학과 건설 회사 오바야시구미가 개발에 앞장서고 있어요. 오바야시구미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내놓았죠.

우선 2025년까지 케이블을 지지할 지상기지를 만들 예정이에요. 2030년엔 로켓으로 기자재를 옮겨 고도 3만6000㎞ 높이의 정지궤도에 우주정거장을 지을 거라고 해요. 그다음 우주정거장과 지상 사이를 케이블로 연결해 2050년쯤에는 실제로 우주 엘리베이터를 운행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렇게 만든 우주 엘리베이터에는 30명까지 태울 수 있대요. 시속 200㎞로 달려 지구에서 우주정거장까지 8일이면 도착할 수 있다네요. 창밖을 보면 평평한 지구가 점차 둥글게 보이고 하늘이 푸른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하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지표면에서 약 50㎞ 높이에 승강장 세워

정말 우주 엘리베이터는 실현 가능한 일일까요?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들기 위해선 우주정거장에 케이블을 매달아야 해요. 정확히 말하면 적도 바로 위에서 고도 3만5786㎞의 정지궤도에 우주 엘리베이터 정거장을 지어야 하죠.

정지궤도에 있는 정거장은 지구의 자전과 같은 주기로 지구를 돌기 때문에 지구에 있는 승강장과 항상 일직선에 놓여요. 그래서 지상에서 보면 항상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특별한 궤도예요.

하지만 그 상태 그대로 무거운 짐을 올려 보내려 하면, 우주정거장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아래로 떨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주정거장보다 훨씬 더 높은 고도 9만6000㎞ 지점에 거대한 무게 추를 띄워서 우주정거장과 연결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 정도 높이에 무게 추를 띄워 놓으면, 지구가 돌면서 생기는 원심력이 무게 추에 작용해요. 원심력은 빙빙 도는 물체가 중심에서 더 멀리 날아가려는 힘이지요. 지구가 우주정거장을 끌어당기는 중력과, 지구 밖으로 날아가려는 무게 추의 원심력이 균형을 이룰 때, 우주 엘리베이터가 안정되게 작동할 수 있다고 해요.

또 지구에서 출발하는 승강장은 지표면에서 약 50㎞ 높이에 있어야 해요. 그래야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 태풍 같은 강력한 바람이 불어도 우주 엘리베이터에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가볍고 단단한 소재를 찾아야

그다음 고민거리는 어떤 재료로 케이블을 만드느냐예요. 케이블 길이가 3만5000㎞가 넘을 텐데, 이건 아주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재료로 만들어야 해요.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다발성 탄소나노튜브'예요. 강철보다 100배는 강하면서 무게는 5분의 1 수준으로 가볍죠. 지난 8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미항공우주국(NASA)과 우주산업 소재를 공동 개발하기로 협약을 맺었어요.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탄소나노튜브 가닥은 십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로 80t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에요.

또 다른 난관이 있어요. 인간이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고도 1000㎞에서 2만㎞에 걸쳐 있는 밴 앨런 벨트(Van Allen Belt)를 통과해야 해요. 지구를 둘러싼 강한 방사선 띠예요. 우주 엘리베이터가 시속 200㎞로 움직여도 우주여행자가 밴 앨런 벨트를 지나는 데 3일 이상 걸릴 거예요. 그동안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해요.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우주 쓰레기나 운석과 부딪치지 않을 방법도 내놓아야 하고요.

이처럼 우주 엘리베이터가 현실이 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남아 있어요. 하지만 인류는 옥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는 달나라에도 다녀왔어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한계를 넘으려는 의지도 가질 수 있다는 게 과학기술의 매력이 아닐까요?



서금영·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