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식량 확보·농가 안정 위해 쌀 사들여… 삼국시대에도 비슷한 정책 있었죠

입력 : 2018.10.23 03:00

추곡 수매(收買)

한국인의 주식 쌀 소비량이 4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대요. 매년 3% 가까이 소비량이 줄고 있다네요. 최근 김병원 농협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농민으로부터 쌀을 사들일 때 목표 가격을 80㎏ 가마당 20만원 이상으로 책정해야 생산 농가가 쌀값을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호소했어요. 커피 한 잔도 3000원인데 밥 한 공기 가격이 300원은 돼야 마땅하다는 거지요.

쌀 수매(收買)란 정부 또는 공공 단체가 쌀값을 안정시키고 수요·공급을 조절하기 위해 농민들에게서 미리 정해 놓은 가격으로 일정량의 쌀을 사들이는 거예요. 쌀은 가을에 추수한 벼 씨앗에서 껍질을 벗겨 낸 알골을 말하죠. 가을에는 쌀뿐 아니라 보리·콩·조·옥수수·메밀 등 대부분 양곡을 거둬들이는데, 이를 추곡(秋穀)이라고 해요. 그래서 쌀 수매는 넓은 뜻으로 추곡 수매라고도 하지요.

전남 한 농협 창고에 수매한 추곡(秋穀)이 가득 차 있어요.
전남 한 농협 창고에 수매한 추곡(秋穀)이 가득 차 있어요. /김영근 기자
정부는 국민 식량을 확보하고 농가 경제를 안정시키려고 추곡 수매를 합니다. 올가을 정부가 사들이려는 쌀은 모두 35만t이래요. 공공 목적으로 국내에 비축해 두는 쌀 34만t과 해외 원조용 쌀 1만t을 합한 규모지요.

추곡 수매 같은 정책은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삼국시대에는 농가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곡식이 모자라는 춘궁기에 농민들에게 양곡을 빌려주었다가 가을에 거둬들이는 환곡 제도가 있었어요. 조선시대에도 군량미를 조달하거나, 흉년에 대비하기 위해, 또 수요·공급을 조절하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양곡 관리 정책을 펼쳤고요. 지금의 추곡 수매와 비슷한 목적을 갖췄던 거죠. 일제 강점기에는 일제가 일본에 쌀을 반출하려고 우리 농민이 자유롭게 쌀 거래를 못 하게 했어요. 헐값으로 쌀을 공출하도록 하면서 배급제를 도입해 쌀 소비를 막았답니다. 광복 직후엔 쌀값이 폭등해 미 군정청이 추곡을 수매하기도 했대요.

정부 수립 이후엔 '양곡관리법'을 통해 민간이 수매하는 걸 부분적으로 인정해줬어요. 시장 거래가 살아난 거예요. 그러나 6·25전쟁 중엔 농지가 폐허가 되면서 부족해진 곡식을 방대한 원조 물량으로 충당했답니다. 그 결과 쌀 가격이 폭락했죠. 우리나라는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수확을 많이 할 수 있는 벼 품종을 보급하고 이중곡가 제도를 도입해 쌀 자급을 할 수 있었어요. 이중곡가 제도란 정부가 농가에서 높은 가격으로 쌀을 사들인 후 소비자에겐 낮은 가격으로 되파는 제도예요. 이 제도는 농가 소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됐지만, 대규모 재정 적자를 일으켰어요. 농업 구조도 쌀 농사 중심으로 왜곡됐죠.

그래서 정부는 생산 농가가 직접 쌀을 팔 때 가격이 정부 수매 목표 가격보다 낮을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했답니다. 시장에서 자유로운 유통을 보장하되 정부는 대비용으로 양곡을 쌓아두고, 쌓아둔 양곡으로 가격 급등락을 조정하는 거예요. 이처럼 추곡 수매는 농가에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농가를 살리려면 우리부터 쌀 소비를 늘리도록 노력해야겠죠?



천규승 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