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잠든 새 스마트폰이 왜 깊이 못 자는지 알려줘요

입력 : 2018.10.23 03:00

[슬립 테크(Sleep Tech)]
침대 센서 달거나 스마트 베개 쓰면 얼마나 뒤척였는지 수면 質 분석
잠 방해하는 스마트폰 청색광은 밤 되면 저절로 흑백으로 바꿔죠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현대인들에게 잠은 휴식이자 숙제이기도 합니다. 편한 잠은 삶의 질과 연결되지만 늘 시간에 쫓기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느라 질적·양적으로 만족스럽게 자기 힘들죠. 미국인 3분의 1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 사람들도 원하는 시간보다 하루 1시간 30분 정도 잠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왜 자는지, 자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인류는 아직 잠의 비밀을 다 풀어내지 못했습니다.

잠과의 싸움은 인류의 가장 오랜 숙제지만 아직도 잠의 비밀을 다 풀어내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잠을 더 잘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연구는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연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 기술들이 하나의 시장을 이루고 있을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어요. 이른바 '슬립 테크(Sleep Tech)'죠. 세계 가전 박람회에서도 이 분야가 새로 뜨는 큰 주제로 각광받고 있어요.

◇수면의 적, 청색광

여러분은 자기 전에 무얼 하나요? 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혹시 잠들 때까지 웹툰이나 유튜브를 보다가, 스마트폰 알람을 듣고 눈을 떠 소셜미디어를 확인하진 않나요? 매일 밤 침대 위에서는 스마트폰과 잠의 싸움이 벌어집니다. 사람들이 좀처럼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니까, 요즘엔 스마트폰 충전 USB가 달린 침대까지 나왔어요.

[IT·AI·로봇] 잠든 새 스마트폰이 왜 깊이 못 자는지 알려줘요
/그림=정서용
하지만 잠들 때 스마트폰을 보는 건 그 자체로 눈 건강을 해치는 건 물론이고, 편안히 잠드는 걸 방해해요. 그 주범이 바로 '청색광'입니다. 블루라이트(Blue Light)라고도 부르는데 말 그대로 푸른색이 도는 불빛을 말해요.

청색광은 형광등이나 스마트폰, TV, 모니터에서 골고루 나옵니다. 특히 흰색에 가까운 표현을 하려면 청색광의 역할이 크지요.

그런데 청색광은 햇빛에도 듬뿍 들어 있어요. 우리가 밤에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보면, 우리 몸은 '낮'이라고 인식하고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요. 잠들려면 세로토닌 분비가 멈춰야 하는데도요. 우리 몸은 낮잠을 자는 것 같은 상황이 되고, 자연스레 깊은 잠에 들지 못하지요. 망막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저녁에 우리 몸은 밝고 하얀색에 가까운 빛보다 약간 노란빛이 도는 이른바 '색 온도가 낮은 빛'을 더 좋아해요. 수면등에 노란빛을 내는 전구를 쓰는 이유지요.

최근 스마트폰에는 '심야모드' '보기 편한 화면' '나이트 시프트(Night Shift)' 같은 기능이 들어가고 있어요.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을 약하게 만드는 거죠. 구글은 올해 '안드로이드9 파이'를 출시하면서 아예 밤에는 화면을 흑백으로 바꾸는 기능을 넣기도 했어요. 침대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안 볼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거죠. 혹시 스마트폰에 청색광을 줄이는 기능이 없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앱 장터에 '블루라이트'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앱이 푸른빛을 없애주겠다고 뜬답니다.

◇잠의 '질'을 재는 기계

잠드는 것 못지않게, 과연 얼마나 잘 자느냐도 중요한 문제죠. 잠의 질을 좌우하는 건 단순히 얼마나 오래 자느냐가 아니라고 해요. 많은 사람이 불면증, 코골이, 호흡 장애 등으로 온전히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몸은 자는데 뇌는 깨어 있는 '렘(REM) 수면'이 대표적인 현대인의 병으로 꼽히죠.

하지만 자신이 어떻게 자는지 확인하기 어려워요. 그저 아침에 일어나서 개운한지, 피곤한지 정도로 판단하죠.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잠의 질을 분석해주는 수면 클리닉이 늘어나고 있지요.

당장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자신이 얼마나 잘 자고 있는지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기술들도 나오고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자는 사람의 움직임과 소리를 읽어들이는 방법이 많이 나오고 있죠. 얼마나 뒤척였는지에 따라 잠을 얼마나 깊이 잤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가속도 센서가 침대의 움직임을 미세하게 파악해 잠에 점수를 매기는 거예요. 잠꼬대나 코골이 소리를 읽어내 좋지 않은 잠 습관도 분석해 줍니다. 반복적으로 데이터를 쌓고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해결 방법을 안내해주는 앱도 있어요. 결국 잠에 문제가 있으니 병원에 가라고 알려주는 게 이 앱의 역할입니다.

헬스케어 기기를 만드는 '위딩스'라는 회사는 아예 침대에 센서를 달았어요. 잠이 들면 주변 조명을 끄고 스마트폰을 잠자기 모드로 바꾸었다가, 일어날 시간이 되면 서서히 조명을 밝혀 놀라지 않고 편하게 잠을 깰 수 있게 해주죠. 잠의 질도 분석해주고요. 영화에서 나오는 미래의 방 같지요?

손목에 차고 운동량을 읽어주는 피트니스 밴드나 스마트 베개 같은 웨어러블 기기도 있죠. 잠의 내용을 기록하는 기본적인 원리는 비슷해요. 움직임을 읽는 것이죠. 단순히 많이 움직이고 코를 골았다고 잠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느 정도 깊이로 잠들었을 때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분석해야 해요. 이 때문에 예쁘고 그럴싸한 기기보다도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고 얼마나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편안한 잠을 만들어주는 기본 원칙은 달라지지 않아요. 스트레스를 줄이고,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스마트폰 보는 대신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방을 어둡게 하는 것이지요. 음향 기기 제조사 '보스'는 비, 파도, 낙엽 구르는 소리를 들려주는 이어폰을 내놓았어요. 우리 몸은 아주 조용한 것보단 작은 소음이 나는 걸 더 편하게 느낀다고 해요. 슬립 테크는 결국 우리의 몸이 방해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두운 밤으로 가게 이끌어주는 데서 시작합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