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은의 미술관에 갔어요] 핵구름이 씩 웃네요 "인간은 핵 위험 잊고 사나봐"
입력 : 2018.10.20 03:00
[케니 샤프, 슈퍼팝 유니버스 展]
전쟁 가능성 모르고 살아가는 인류… 분홍색 풍선과 식탁 이용해 풍자
일상적 소재 예술로 바꾸는 팝아트… 케니 샤프 작품으로 만나보세요
미국 작가 케니 샤프(Scharf·60)를 아시나요? 살아 있는 작가 중 미국 팝아트의 대가로 꼽혀요.
샤프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팝아트에 대해 알아볼까요. 1960~70년대 미국에서 크게 유행한 팝아트는 '미술이란 고상하고 점잖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어요. 이전에는 그림의 소재로 쓰이지 않았던 TV 스타와 만화 주인공, 수퍼마켓 상품 이미지가 화폭에 대거 등장했으니까요.
다른 팝아트 작가들처럼 샤프도 아주 흔한 소재에서 출발해요. 작품1을 보세요. 가운데에 완두콩과 버터가 놓인 접시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지요. 별것 아닌 소재로 시작하지만 샤프의 그림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점차 재미있는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콩과 버터가 담긴 접시 주변으로 넝쿨이 얽혀 있는데, 콩나무 넝쿨을 보니 '잭과 콩나무'라는 동화가 생각납니다. 주인공 잭이 어느 날 우연히 얻은 마법의 콩을 심었는데, 그게 천장을 뚫고 엄청나게 크게 자라나지요. 호기심 많은 잭이 넝쿨을 타고 올라가 보니까 높은 곳에 글쎄, 거인이 살고 있지 뭡니까. 현실의 평범한 콩을 순식간에 상상 속 마법의 콩으로 바꾼 거죠.
샤프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팝아트에 대해 알아볼까요. 1960~70년대 미국에서 크게 유행한 팝아트는 '미술이란 고상하고 점잖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어요. 이전에는 그림의 소재로 쓰이지 않았던 TV 스타와 만화 주인공, 수퍼마켓 상품 이미지가 화폭에 대거 등장했으니까요.
다른 팝아트 작가들처럼 샤프도 아주 흔한 소재에서 출발해요. 작품1을 보세요. 가운데에 완두콩과 버터가 놓인 접시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지요. 별것 아닌 소재로 시작하지만 샤프의 그림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점차 재미있는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콩과 버터가 담긴 접시 주변으로 넝쿨이 얽혀 있는데, 콩나무 넝쿨을 보니 '잭과 콩나무'라는 동화가 생각납니다. 주인공 잭이 어느 날 우연히 얻은 마법의 콩을 심었는데, 그게 천장을 뚫고 엄청나게 크게 자라나지요. 호기심 많은 잭이 넝쿨을 타고 올라가 보니까 높은 곳에 글쎄, 거인이 살고 있지 뭡니까. 현실의 평범한 콩을 순식간에 상상 속 마법의 콩으로 바꾼 거죠.
작품2는 아주 오래된 카세트테이프용 녹음기가 재료예요. 원래는 아무 표정 없는 버려진 낡은 기계였는데, 작가가 그 위에 하얗게 치아를 드러내고 빙그레 웃는 것 같은 모습을 그려 넣었어요. 아무 쓸모없어진 기계였는데, 이렇게 얼굴을 가지게 되니 새로운 생명을 얻어 되살아난 듯 보입니다. 작가는 생명 없는 물건들까지도 눈, 코, 입이 달린 얼굴로 보여주곤 해요. 물건을 감정이 있는 사람처럼 의인화한 것이지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서 태어난 샤프는 어릴 적부터 팝아트의 전설인 앤디 워홀(Warhol)을 예술적 우상으로 여겨왔어요. 스무 살이 되자 워홀 작업실이 있는 뉴욕으로 이주했고, 드디어 감격적으로 워홀과 인사를 나누게 되지요. 뉴욕에 있는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동안 샤프는 마음이 잘 통하는 두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이 바로 키스 해링(Haring)과 장 미셸 바스키아(Basquiat)입니다. 이 두 친구와 샤프는 서로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으며 자유롭게 젊은이들만의 실험적이고 반항적인 예술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 대가가 되지요.
작품3은 그 시절에 그린 것이에요. 그림 속에는 분홍색 외투에 분홍 선글라스, 파랑 머리카락에 파란 셔츠로 색을 맞춰 입은 멋쟁이 여인이 나옵니다. 그녀는 지금 우주비행선을 타고 여행 중인 것 같은데, 선글라스 끝에 달린 뾰족한 수신기를 통해 지구의 소식을 듣고 있는 듯해요. 창밖으로 보이는 TV 모니터에는 핵폭발을 암시하는 듯 버섯 모양의 핵구름이 보입니다.
이 그림은 이중적 내용을 담고 있어요. 하나는 우리가 상상해왔던 우주 탐사가 곧 이루어진다는 기쁜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핵 개발 때문에 지구 종말 위기가 훌쩍 가까워졌다는 나쁜 소식이죠. 미국의 1970년대가 그런 시대였어요. 한편으론 처음으로 우주정거장을 짓는 데 성공한 시대였고, 다른 한편으론 미국 동북부에 있는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상 최악의 핵연료 누출 사고가 일어난 시대였어요. 다가올 미래에 대해 기대 반, 불안 반이던 시기였답니다.
작품4 역시 이중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요. 언뜻 즐거운 야외 소풍용 풍선과 의자처럼 보여요. 하지만 의자는 무언가 터지는 모양을, 둥근 식탁과 풍선은 핵구름이 생기는 과정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 핵구름은 귀여운 분홍색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밑엔 위협적인 본성을 감추고 있어요. 핵전쟁의 그늘 아래 놓여 있는데도, 그 위험을 실감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간을 풍자하는 듯합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서울을 찾은 샤프는 평소에 한국의 태극기를 보고 떠오른 이미지가 있다며 미술관 안에 가로 10m나 되는 대형 벽화를 그렸어요. 길게 펼쳐진 바다 가운데로 태극 문양의 음과 양이 웃는 얼굴을 맞대고 비비는, 평화를 기원하는 그림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