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아프리카에서 유럽까지… '나그네새' 여정 따라가 볼까요?
입력 : 2018.10.19 03:02
'철새, 생명의 날갯짓'
봄이 되면 남쪽 나라에서 제비가 날아와요.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새끼가 알에서 깨면 열심히 보듬어 키우고, 날 수 있게 되면 다시 남쪽 나라로 돌아가죠. 이처럼 철 따라 이동하는 새를 '철새'라 해요. 이른 봄부터 초여름에 와서 새끼를 낳고 여름을 나면 여름철새, 가을에 와서 겨울을 나면 겨울철새예요. 머물지 않고 그냥 들렀다 지나가는 새는 나그네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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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개의바람
제비처럼 아프리카의 사막을 넘어 유럽이나 시베리아까지 날아가는 새들은 수없이 많아요.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는 새 중엔 날개를 펴면 1m가 넘는 황무지말똥가리나 터키콘도르처럼 커다란 새, 8㎝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붉은목벌새, 낮엔 대개 자느라 움직이지 않는 아메리카쏙독새 같은 새도 있어요. 북극에서 난 북극제비갈매기는 남극까지 날아가서 다시 자기가 난 북극의 초원까지 3만5000㎞나 지구를 빙 돌아 날아와요.
모든 새가 둥지를 틀 수 있는 곳까지 무사히 날아가진 못해요. 작은 새는 커다란 새한테 습격당하고, 안개 낀 날 등대에 부딪히는 새도 있고, 커다란 새인 매도 사냥꾼의 총에 맞죠. 옛날 미국에 50억 마리나 있었던 여행비둘기는 사람들이 마구 잡아먹거나 깃털 이불을 만드는 바람에 지금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아요. 요즘도 새들은 건물의 유리창이나 풍력 발전기 회전 날개에 부딪히고요. 풍요로웠던 숲이 개발돼 둥지를 틀 장소와 먹을 게 없어지거나 잠시 들러 배를 채우고 피곤을 풀던 얕은 여울이 시멘트로 메워지기도 하죠. 그래도 새들은 날아가요. 태양과 별과 달을 보고, 지구의 움직임을 느끼고, 바람과 구름의 흐름을 따르고, 공기의 냄새를 맡고, 전에 봤던 산이나 강의 풍경을 기억하면서 헤매지 않고 날아요.
이 책을 쓰고 그린 스즈키 마모루(66)는 이렇게 말해요. "우리가 지구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철새는 하늘을 날아 이동했어요. 나는 철새가 병을 옮기는 나쁜 동물이라고 비난받는 게 싫어요. 새들이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