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나뭇잎 물들이는 색소, 노화 막는 비밀 숨어있대요

입력 : 2018.10.18 03:00

[단풍]
엽록소 파괴되고 남은 카로티노이드, 잎 속 탄수화물이 바뀐 안토시아닌
각각 노란색·빨간색 단풍 만들죠

새파란 하늘과 빨갛고 노란 단풍은 가을의 상징이에요. 짙은 녹색으로 뒤덮였던 산과 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들어요. 나뭇잎 속에 들어 있는 각종 색소 물질 덕분이지요. 단풍 색소는 식물이 겨울을 나는 과정을 보여줘요. 사람에게도 유용한 물질로 주목받고 있답니다.

◇광합성 하는 엽록소

우리는 음식을 먹어서 양분을 얻지요. 하지만 식물은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자신이 자라는 데 필요한 양분을 스스로 만들어내요.

이 과정을 광합성이라고 합니다.

식물의 잎 속에는 광합성을 하는 기관인 엽록체가 많이 있어요. 엽록체 안에는 빛을 흡수하는 데 쓰이는 특별한 색소인 엽록소(클로로필)가 들어 있지요.

[재미있는 과학] 나뭇잎 물들이는 색소, 노화 막는 비밀 숨어있대요
/그래픽=안병현
엽록소는 햇빛을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파장이 430~460나노미터(10억분의 1m)인 푸른 가시광선과 630~680나노미터인 붉은 가시광선을 특히 좋아하죠.

햇빛이 내쏘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 가운데 식물들이 빨간색과 파란색 빛을 받을 때 가장 활발히 광합성을 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참고로 식물은 뜻밖에 빨주노초파남보 중 초록빛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식물이 초록빛은 광합성에 쓰지 않고 반사해버리는데, 그 빛이 우리 눈에 들어와 광합성 중인 식물의 잎이 초록색으로 보이는 거랍니다.

◇노란 단풍, 빨간 단풍 만드는 색소

잎 속에는 엽록소 말고도 다른 색소도 있어요. 바로 카로티노이드예요. 초록빛 중 일부를 흡수하고 노란빛은 반사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노란색으로 보여요.

봄과 여름엔 카로티노이드보다 엽록소 양이 더 많아, 카로티노이드가 쏘는 노란색이 눈에 잘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가을이 되면 추운 날씨에 약한 엽록소가 먼저 파괴되고, 상대적으로 추위에 강한 카로티노이드가 남게 돼요. 이 모습이 바로 노란 단풍이랍니다.

그렇다면 빨간 단풍은 어떻게 생긴 걸까요? 나무의 겨울나기와 관련이 있어요.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잎이 떨어져요. 겨울에 잎이 얼어버리지 않도록, 잎에서 만들어진 탄수화물을 줄기로 이동시킨 뒤 더 이상 영양분이 오갈 수 없도록 통로를 막아서 나무 스스로 잎을 떨어뜨리는 거예요.

이때 잎에서 미처 줄기로 이동하지 못해 남아 있는 탄수화물이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으로 바뀝니다. 이 색소 덕분에 빨간 단풍을 볼 수 있는 거예요. 늦여름부터 초가을 사이에 맑은 날씨가 많고 기온이 빠르게 낮아질수록 선명하고 예쁜 빨간 단풍을 볼 수 있어요.

다만 안토시아닌이 언제나 빨간색이기만 한 건 아니에요. 분자 구조에 따라 빨간색부터 자주색, 보라색, 남색 등을 띱니다. 빨간 딸기, 보라색 가지, 짙은 보라색인 검은콩 등이 안토시아닌이 많은 식품이에요.

◇색소 물질이 노화 막아줘요

카로티노이드나 안토시아닌 색소는 단풍 만드는 데만 쓰이지 않아요. 사람이 먹으면 노화를 막는 효과가 있어 건강보조식품 성분으로 인기가 높지요. 이 색소들이 어떤 작용을 하냐고요?

산소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리 몸속에서 좋지 않게 작용하기도 해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질병에 걸리면 우리 몸속 산소가 지나치게 많아져요. 그러면 몸속에서 산화 작용이 일어납니다. 금속에 산소가 결합하면 녹이 스는 것처럼, 몸속에서 산소가 각종 세포 내 소기관들과 결합해 신체 기능을 망가뜨리는 거예요. 이렇게 몸속에서 안 좋은 역할을 하는 산소를 활성산소라고 해요. 활성산소는 노화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죠.

활성산소가 세포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막는 물질이 바로 항산화물질이에요. 빨간 단풍, 보라색 가지를 만드는 안토시아닌이 대표적인 항산화물질이에요.

노란 단풍 만드는 카로티노이드 역시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으로 쓰이고 있어요. 카로티노이드 색소 중에서도 루테인이 유명하죠. 루테인은 항산화물질로서 효능이 클 뿐 아니라, 눈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어요. 눈 건강에 좋지 않은 청색광을 흡수하거든요. 식물이 주황색을 띠게 만드는 베타카로틴, 빨간색을 띠게 만드는 리코펜도 카로티노이드 색소의 일종이에요.

◇색 없는 음식도 몸에 좋아요

이런 색소 물질의 기능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 색소가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의 인기도 높아졌어요. 음식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푸드 세러피', 색깔이 선명한 음식이 몸에 좋다는 '컬러 푸드' 같은 트렌드가 생겨났지요. 안토시아닌이 많이 들어 있는 블루베리가 유행한다거나, 리코펜이 많은 토마토를 이용한 요리가 유행하는 식이에요.

그러나 반드시 색소가 있는 식품만 건강에 좋다고 오해하진 마셔요. 비타민C, 칼륨, 칼슘, 무기염류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하지만 대부분 색이 없거든요.

저항성 녹말이 많은 식품 역시 색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요. 저항성 녹말은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는 녹말인데, 장내 미생물에게 좋은 먹이가 되는 물질이에요. 주로 감자나 옥수수, 콩에 많이 들어 있지요.

블루베리나 가지 같은 컬러 푸드 식품도 껍질만 보라색일 뿐 과육 부분은 흰색 계열일 때가 많아요.

따라서 색깔이 선명한 음식만 골라서 먹는 건 별로 건강한 식습관이 아니에요. 가장 좋은 것은 색과 상관없이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먹는 것이랍니다.



오가희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