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달리면 저절로 '무선 충전'되는 전기차 나온대요

입력 : 2018.10.16 03:07

충전 기술의 진화

요즘 사무실 책상 위에서 전선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전화와 인터넷은 일찌감치 선을 잘라냈고, 키보드와 마우스도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굳이 전선을 달 필요가 없어졌어요.

심지어 충전도, 최신 스마트폰들은 무선 충전 방식으로 가고 있어요. 수고롭게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고, 그냥 충전 패드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으면 저절로 충전이 되는 방식이죠. 무선 충전은 어떤 원리로 하는 걸까요? 어떤 곳에 이 기술을 이용할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 뒷면에 코일이 숨어 있어요

무선 충전 기술에서는 선 없이 전기를 내보내는 게 핵심이에요. 현재 무선 충전을 주도하는 기술을 '치(Qi)'라고 불러요. 국제무선충전표준협회(WPC)가 만든 기술로, LG전자와 노키아, 에너자이저 같은 기업들이 힘을 합쳐 개발했어요. 이 협회에 가입하는 기업은 특별히 비용을 내지 않아도 자유롭게 치 기술을 쓸 수 있어요. 그래서 많은 기업이 치 방식을 도입하고 있지요. 지금 스마트폰에 쓰이는 무선 충전 기술은 거의 치 방식입니다.

치 기술은 자기 유도 방식이에요. 어떤 원리냐고요? 코일을 둥글게 말아서 전기를 흘리면 자석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자력이 생깁니다. 자력에는 전기를 흘려보낼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코일 두 개를 가까이 대고 한쪽에 전기를 흘리면 반대편 코일로 전기가 넘어가게 되지요. 이걸 이용한 기술이 자기 유도 방식이에요. 스마트폰 뒷면과 충전 패드에 모두 코일이 들어 있어 전기가 흘러가게 만든 거지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무선 충전 기능은 스마트폰 디자인과 소재도 바꿨답니다. 한동안은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스테인리스스틸 등 금속 재질로 만든 스마트폰 디자인이 많이 나왔어요. 최근엔 테두리만 금속을 쓰고, 코일이 들어가는 뒤판은 유리를 쓰는 경우가 많아요. 금속 소재는 자력과 전력을 흡수하기 때문이에요.

스마트폰에만 무선 충전이 쓰이는 건 아니에요. 앞서 전동 칫솔에서 먼저 무선 충전 기술이 널리 쓰였죠. 칫솔 표면을 방수 소재로 씌우고 자기 유도 방식으로 충전할 수 있게 설계했어요.

최근엔 무선 마우스도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로지텍'은 마우스에 무선 충전 코일을 넣어, 전기를 내보내주는 마우스 패드 위에 올려 충전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았어요. 항상 마우스 패드 위에서 마우스를 쓰니까 따로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건전지를 갈아 끼울 필요가 없지요.

◇코일 사이는 1㎝ 이내로

처음엔 무선 충전 기술이 효율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어요. 전선으로 충전할 때보다 속도가 느렸거든요. 이 문제는 스마트폰 고속 충전 기술이 널리 보급되면서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충전기는 충전할 때 5볼트 전압을 쓰는데, 고속 충전기는 그보다 큰 9볼트를 흘려보내 충전 속도를 높였어요. 요즘 나오는 무선 충전기와 스마트폰 대부분이 9볼트 충전을 채택하고 있어요.

자기 유도 방식이 가진 또 다른 한계는 충전 패드와 기기가 딱 붙어 있어야 한다는 데 있어요. 코일과 코일 사이가 1㎝ 이내로 맞닿아야 자기 유도 현상이 일어나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스마트폰을 충전 패드 위에 올려놓을 때 위치를 잘 맞춰야 했어요. 스마트폰에 두꺼운 케이스를 씌우면 충전이 잘 안 되기도 했고요. 요즘은 충전 패드를 널찍하게 만들고 코일을 여러 곳에 넣어 대충 올려놓아도 쉽게 충전되도록 하고 있지요.

전기가 선 없이 더 멀리 전달될수록 무선 충전을 하기가 쉽겠지요. 자기 유도 방식 다음 기술로는 '자기 공명' 기술이 언급되곤 합니다. 전자기를 주파수에 실어서 보내는 기술이지요. 현재로선 1~2m 거리까지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충전기나 충전 패드 없이, 자동차나 방 안에 전자 기기를 두는 것만으로 충전이 가능하게 하는 거예요. 마치 게임에서 특정 공간에 들어서면 체력이 회복되는 것처럼 침대에 누워 게임을 하거나 가방에 휴대폰을 넣어두기만 해도 충전이 되는 일종의 '충전 지역'이 생기는 거죠.

◇전기차 시대 열 무선 충전 기술

무선 충전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결국 자동차 때문이에요. 전 세계가 환경 문제 때문에 전기 자동차를 도입하고 있지요. 전기 자동차가 널리 퍼지는 데 가장 큰 방해물이 바로 배터리예요. 리튬 배터리를 차량에 넣는 비용은 여전히 매우 비싸요. 전기차마다 충전 단자가 달라 이에 맞는 충전기를 갖춘 충전소를 찾아가야 하고요. 충전 중에는 운전을 못 하는 것도 불편하지요.

그렇지만 도로를 따라서 자기 공명 방식의 무선 충전기를 심어둘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져요. 차량을 운전하면서 배터리 용량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충전이 될 거예요. 도로에 충전기가 넉넉하게 깔려 있다면 전기차에 배터리를 굳이 많이 넣지 않아도 되니 전기차 값도 싸질 테고요.

아직은 도로에 충전 시설을 두긴 어려워, 배터리 충전소를 무선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충전 패드에 올려놓는 것처럼 주차장의 무선 충전 구역에 차를 세워두면 저절로 충전이 될 수 있도록요.

'BMW'는 지난 7월 전기차용 무선 충전 시스템을 내놓았습니다. 차량 아래 '카 패드'와 충전소의 '그라운드 패드'가 가까워지면 충전이 되는 방식이지요. 두 패드가 8㎝ 이내에서 만나면 약 85% 효율로 충전된다고 해요. 전체 전기량 중 15% 정도가 손실된다는 뜻이죠.

무선 충전은 이렇게 중간에 손실되는 분량이 있어서, 아직 전선에 연결하는 것보다 속도가 느려요. 대신, 이런 무선 충전 패드가 많아지면 어디에서나 수시로 충전할 수 있어 배터리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예요. 무선이 주는 '자유'가 이런 거겠죠?


최호섭·IT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