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값싸지만 보안 문제 있어 기밀 새나갈까 걱정

입력 : 2018.10.09 03:00

[미국에서는 왜 중국 네트워크 장비 꺼릴까요?]
최근 中, 美 기업에 해킹칩 심다 적발
상용화 앞둔 5세대 이동통신… 화웨이 장비 쓸지 두고 각국 고민

중국이 미국 기업들에 납품하는 전산 서버에 초소형 스파이칩을 심어 애플과 아마존, 대형 은행 등 30개 기업을 해킹해 정보를 빼내갔다는 언론 보도가 지난 4일 나왔어요. 애플이 2015년 자기 회사 네트워크에서 이상 반응이 일어나 그 이유를 찾다가 서버에서 쌀알보다 작은 크기의 칩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칩은 보안업계에서 말하는 '백도어(Back door)' 역할을 했다고 해요. 백도어는 말 그대로 몰래 드나들 수 있는 뒷문을 뜻하는데, 컴퓨터에 몰래 통신을 연결하는 기능을 말해요. 즉 칩을 꽂으면 해커가 시스템에 들어올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거죠. 서버에 있는 각종 기밀 자료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말이에요.

애플도 아마존도 자기들 서버에 스파이칩이 심어져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어요. 하지만 파장은 여전합니다. 중국이 자기 나라에서 만드는 기기들을 바탕으로 더 많은 백도어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지요. 애플, 아마존 등 미국 IT 기업이 사용하는 부품 대다수는 중국에서 만든 거예요.

◇LTE보다 훨씬 빠른 5G

미국이 중국 네트워크 기업들을 경계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앞서 중국 통신 장비 기업 ZTE나 중국 IT 기업 화웨이도 비슷한 의심을 받았었죠. 한때 미국 의회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 통신 기업들과 사업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5세대(5 Generation·5G) 이동통신 도입을 앞두고 화웨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어요. 5G는 무엇이고 화웨이는 이 기술과 어떤 관련이 있는 회사일까요? 그리고 미국은 화웨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요?

[IT·AI·로봇] 값싸지만 보안 문제 있어 기밀 새나갈까 걱정
/그림=정서용
곧 우리나라 이동통신사에서도 선보일 5세대 이동통신은 우리가 흔히 LTE라고 부르는 4세대(4G) 이동통신의 후속 이동통신망이에요. 내 스마트폰에서 보낸 신호가 네트워크를 타고 다른 사람 기기까지 닿는 속도를 응답 속도라고 하는데요, LTE는 이 속도가 100분의 1초 수준이에요. 5G는 이를 1000분의 1초 이하로 줄이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당장 스마트폰을 바꾸거나 컴퓨터를 새로 사야 할까요? 그건 아니에요.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을 쓸 때는 현재 널리 쓰는 LTE와 곧 도입할 5G를 구분하기가 어려워요. 5G는 속도가 아주 빨라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기기보다는 초를 다투는 산업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어요. 자동차나 원격의료, 가전제품에 쓰일 수 있어요. 만약 자율주행 자동차를 제대로 움직이게 하려면 거의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움직여야 할 테니까요.

◇왜 미국에선 화웨이 장비를 안 쓸까요

'5G 시대'를 맞기 위해 이동통신사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어요. 통신 시설과 안테나를 품은 기지국을 전국에 다시 깔아야 하거든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기술도 필요하지요.

화웨이는 바로 이 5G 이동통신 기지국 기술을 갖추고 있어요. 1위 기업들이 바짝 긴장해야 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이지요. 최근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을 두 번째로 많이 팔기도 했고, 기업용 네트워크 시장에서도 미국 시스코에 이어 2위를 차지했어요. 2017년 실적을 보면 매출은 전년보다 약 15%, 순이익은 약 28%나 올랐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호주, 영국은 5G 이동통신과 관련해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를 국내로 들여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요. 바로 보안 때문이에요. 우리는 통신 기술을 이용해 전화나 인터넷으로 중요한 정보를 주고받지요. 특히 미국에서 "화웨이 장비에 백도어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즉 화웨이 장비를 쓰면 중국 정부에서 백도어를 이용해 미국 내 인터넷을 흐르는 정보를 가로챌 수 있다는 거지요. 중국이 납품한 부품에서 스파이칩이 나왔다고 하니 앞으로 그 의혹이 더 커질지도 몰라요.

◇싼 가격으로 이동통신사 잡는 화웨이

사실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가 보안과 관련해 말썽을 빚은 적은 아직 없습니다. 화웨이도 자기들은 보안을 중요시한다고 말하지요. 화웨이는 중국 내부가 아니라 해외 보안 전문가들에게 인증을 받아 그 안전성을 증명하고 있어요. 영국 정부의 사이버 보안 인증 제도인 '사이버 에센셜 스킴'을 통과했지요. 화웨이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에도 컴퓨터 보안의 국제 표준으로 통하는 국제공통평가기준(CC) 인증을 받았다면서 신뢰를 얻으려 하고 있어요.

유럽 이동통신사들은 미국과 달리 화웨이에 상당히 호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요. 화웨이 기술력이 탄탄하고 5세대 이동통신 특허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동통신사 스스로 보안을 철저히 하기 위한 기술이 있기 때문에 어떤 기업의 네트워크 장비를 쓰더라도 보안만큼은 자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해요. 통신 장비를 선택할 권한은 통신사들에 있다는 거죠.

미국이 보안이 문제라면 다른 회사 제품을 쓰면 되는 것 아니냐고요? 하지만 화웨이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거래처입니다. 바로 값이 싸기 때문이에요. 빠르게 새 통신망을 깔아야 하는 통신사 입장에서 비슷한 시설을 더 싼 값에 갖출 수 있다는 점은 가장 달콤한 유혹입니다. 심지어 화웨이는 최근 우리나라 이동통신 기업들에 자기들 5G 이동통신 장비를 쓰면 기존 LTE 기지국까지 모두 무료로 화웨이의 최신 시설로 바꿔주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하네요. 5G 이동통신은 당분간 LTE와 함께 써야 하는데 두 통신망을 같은 회사 것으로 운용하면 관리가 더 쉬워지기 때문에 상당히 귀가 쏠리는 제안입니다.

물론 미국은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이 화웨이 통신 시설을 검토하는 것조차 불편해합니다. 국내에서도 화웨이의 보안을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지요. 이 때문에 지금도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화웨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쉽게 낼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묘한 카드인 셈이지요.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