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의 책] 조선 8도 묘사… 산줄기는 검정, 바다는 하늘색으로 표시했죠

입력 : 2018.10.05 03:05

'한눈에 펼쳐보는 대동여지도'

낱장 120개를 다 붙이면 폭은 약 3.8m, 높이는 약 6.7m로 3층 건물과 맞먹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답은 1861년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예요. 가로 2~8폭, 총 120판으로 이뤄진 목판본 지도로, 실제 측량을 해서 만든 지도는 아니지만 지금의 지도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은, 조선시대에 제작된 가장 정확하고 큰 지도이지요. 책으로 접을 수 있어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었고, 수령 100년이 되는 피나무 판으로 제작해 널리 보급할 수 있었어요.
'한눈에 펼쳐보는 대동여지도'
'한눈에 펼쳐보는 대동여지도'(진선아이)는 바로 이 대동여지도의 속살을 한 겹 한 겹 파헤치는 그림책이에요. 조선의 수도 한양을 상세히 그린 '도성도'와 '경조오부도', 조선 8도를 세밀히 새긴 대동여지도를 그대로 실어 옛 우리 땅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요. 해안선의 작은 섬들까지 빠짐없이 그려 넣었고, 1만1677개에 달하는 많은 지명을 표기해 내용도 풍부하지요. 특히 대동여지도의 산줄기는 검은색으로, 강과 바다·저수지 등은 하늘색으로, 도성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10대 도로와 지명은 빨간색으로 색칠해 복잡하게 느껴졌던 대동여지도를 수월하게 읽을 수 있어요.

김정호는 조선에서 가장 정확한 지도인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사람이지만 그가 언제 태어나고 죽었는지는 몰라요. 다만 1804년쯤 태어나 1866년까지 살았을 것으로 짐작하지요. 신분은 세습적으로 기술직이나 사무직에 종사하던 중인 계층이었거나 양반집에서 잡일을 맡아보던 겸인(�人·청지기)이 아니었을까 추정하고 있어요. 조선 후기 학자인 최한기의 '청구도' 서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지요. "벗 김정호는 젊은 시절부터 지도와 지지(地誌·특정 지역의 자연 및 인문 현상을 백과사전식으로 나누어 기술한 책)에 뜻을 두고, 오랫동안 자료를 찾아서 지도 만드는 모든 방법의 장단점을 자세히 살폈다. 매번 한가한 때 수집한 것을 자세히 살펴 제작 방식을 견줘 간편한 잣대를 구해 방안선을 그려 넣으니 물줄기를 자르고 산줄기를 끊었으며, 여러 고을을 흩어 놓았으니 참으로 땅의 주위를 살피기 어려웠다."

대동여지도를 읽으려면 무엇보다 지형의 근간이 되는 산줄기와 물줄기의 관계를 잘 살펴야 해요. 그다음으로는 지도에 나와 있는 기호를 잘 익혀야 하지요.



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