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키 3m에 몸무게 860㎏… 1000년 전 멸종한 가장 큰 새

입력 : 2018.10.05 03:03

코끼리새

코끼리새를 상상해 그린 그림이에요.
코끼리새를 상상해 그린 그림이에요. /게티이미지코리아

세상에서 가장 큰 새는 무엇일까요?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자기가 찾은 화석을 가지고 '가장 큰 새를 찾았다'며 논쟁했어요. 최근 런던동물학회가 코끼리새 화석 수천 개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100년 넘게 이어진 논쟁이 끝나고 '코끼리새'가 가장 큰 새로 인정받았어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섬에서 화석으로만 발견되는 이 종은 '에피오르니스 타이탄'이라고도 불러요.

이 새는 무게만 860㎏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돼요. 독수리가 10㎏도 안 되니 그 무게의 90배 가까이 되는 코끼리새야말로 새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코끼리새는 아마 육중한 몸으로 쿵쿵거리며 땅을 내달렸을 거예요. 코끼리처럼 코가 길어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게 아니라 몸집이 크고 다리가 굵어서 코끼리새라고 이름 붙였다고 볼 수 있죠.

마다가스카르는 코끼리새에겐 '천국'과 같았어요. 코코넛 같은 먹이는 풍부했지만 천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코끼리새는 땅에서 천적 없이 살면서 비행하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이렇듯 날개가 퇴화해 날지 못하고 땅에서 사는 새들을 '주금류'라고 불러요. 타조가 대표적 예지요.

그래서인지 코끼리새는 타조와 그 생김새가 무척 닮았어요. 물론 키가 3m 정도 돼 타조와 비교할 수 없이 크지만요. 또 발가락 세 개가 길어 마치 공룡 같기도 해요. 처음 화석을 발견했을 때 과학자들이 공룡 화석이라고 여겼을 정도였으니까요.

한때 마다가스카르섬을 지배했던 동물이었지만 코끼리새는 약 1000년 전에 멸종됐어요. 코끼리새 같은 거대한 사냥감을 원주민들이 그냥 놔두지 않았거든요.

코끼리새 알 10여 개가 발견된 적도 있어요. 그중 하나는 몇 년 전 영국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원 넘는 값에 팔렸어요. 낙찰됐던 알은 지름 약 23㎝로 달걀 크기의 120배에 달했지요. 공룡알보다도 훨씬 컸어요.

과학자들은 코끼리새를 어떻게 복원할지 연구하고 있어요. 코끼리새는 유전적으로는 타조보다 뉴질랜드에 사는 키위새와 더 가까워요. 공룡을 복원할 때는 6000만년 이전의 화석 등을 이용하지만 코끼리새는 비교적 최근 멸종했고 알이나 뼈도 가끔 발견되니 복원하기 더 쉽겠지요. 또 코끼리새와 관련이 있는 키위새가 현재 살아있기도 하고요. 특히 내년에 미국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나온다고 하면서 코끼리새 복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어요. 하늘을 날던 코끼리새 조상의 뼈와 신체 구조를 살려내면 다인승 하늘자동차를 만드는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비록 코끼리새는 오래전 멸종했지만 인간이 만든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보며 코끼리새 모습을 상상할 수는 있겠지요.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