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AI 스피커뿐 아니라 車·냉장고도 내 말 알아들을 거예요
음성 인식 기술과 인공지능 결합, 일상속 물건에도 적용할 수 있어요
사생활 침해, 해킹 우려 있지만 요즘엔 목소리 구별해 명령 따라요
구글 홈이 한국에 출시되면서 "AI 스피커 춘추전국 시대가 열렸다"는 말까지 나와요. 아마존은 '에코', 네이버는 '클로바'를 이미 시장에 내놨거든요.
국내외 많은 기업이 AI 스피커를 자기네 기술의 자존심으로 여기면서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이에요. AI 스피커는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AI 스피커에 어떤 일 시킬까요
AI 스피커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명령은 아마 "음악을 켜달라"는 말일 거예요.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AI 스피커들은 모두 음악을 재생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방탄소년단 노래 들려줘"라고 원하는 가수 노래를 지정할 수도 있고, "잠잘 때 듣기 좋은 음악 들려줘"라고 선곡까지 맡길 수도 있어요. 우리들의 습관과 취향을 분석해 마음에 쏙 드는 곡을 골라주는 기술도 주목받고 있답니다.
그런데 앞으로 우리가 AI 스피커에 기대하는 건 이것보다 더 커요. 우리가 말을 하면 AI 스피커가 마치 비서처럼 전등을 켜주고, 세탁기와 청소기를 돌려주고, 피자를 주문해주길 원하지 않을까요?
지금 AI 스피커 기술은 시작 단계에 가까워요. 음성 인식 기술에 막 AI 기술을 결합해 말을 배우고 있는 시기죠. 아직 우리 기대만큼 모든 걸 척척 처리해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서 기업들은 AI 스피커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도록 사물인터넷 기기에 음성 서비스를 결합하려 하고 있어요. 요즘 나오는 가전제품은 대부분 인터넷과 연결돼 있어요. 이 기능이 AI 스피커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가 관건이에요.
또 인터넷 화면을 보지 않고 말만으로도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술도 속속 나오고 있어요. 네이버가 내놓은 AI 스피커 클로바에 "짜장면 두 개 시켜줘!" 하면 등록해놓은 단골집에서 짜장면을 배달시킬 수 있어요. 배달 음식 서비스 '배달의민족'과 연계한 서비스예요. 카카오가 내놓은 AI 스피커 '카카오 i'는 말로 택시를 부를 수 있고요.
◇AI 스피커의 영혼
우리는 AI 스피커라고 하면 일반적인 스피커를 떠올리지요. 하지만 AI 스피커가 꼭 기존의 스피커에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에요.
아마존을 예로 들어볼까요? 아마존이 내놓은 '에코' 스피커에는 '알렉사'라는 음성 비서 프로그램이 들어 있어요. 구글 역시 구글 홈은 스피커 형태의 기계일 뿐이고 그 안에서 우리 명령을 수행하는 건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음성 비서 프로그램이에요. 스피커는 몸이고 음성 비서는 영혼이라고 볼 수 있지요. 물론 네이버 클로바처럼 스피커와 음성 비서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는 해요.
- ▲ 그림=정서용
이렇게 기기와 음성 비서를 나누는 이유는 바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입니다. 음성 비서는 스피커뿐 아니라 스마트폰, 자동차, TV 등 어디에나 들어갈 수 있어요. 실제로 아마존 알렉스는 BMW, 폴크스바겐, 도요타 자동차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얼마 전에는 블루투스를 이용해 어떤 자동차에서든 알렉사를 부를 수 있는 '에코 오토'도 나왔어요.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카카오와 손잡고 내년부터 차량에 카카오AI를 넣을 계획이에요. 구글 어시스턴트는 LG전자 스마트 TV의 귀가 됐어요.
기업의 목표는 아예 기기를 없애는 데에 있어요. 엔비디아는 '실드'라는 TV용 셋톱박스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넣었어요. 이 기기와 함께 동전만 한 작은 마이크를 집 안 곳곳에 추가로 달면, 스마트폰이나 스피커가 곁에 없어도 AI 비서가 어디에서나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일을 도와주게 만드는 게 최종 목표랍니다.
◇사생활 보호는?
하지만 이렇게 스피커 속 음성 비서들이 다른 사물들과 연결되면, 보안 걱정도 커질 수밖에 없어요. 엄마가 "이메일 읽어줘"라고 말했는데, 음성 비서가 엄마 이메일이 아닌 우리 친구들 이메일을 엄마에게 줄줄 읽어주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특히 쇼핑 기능이 있는 제품은 계정 정보와 신용카드 번호가 저장돼 있어 아이들이 부모님 몰래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을 거예요. 지난해 미국 TV에서 아마존 알렉사를 시연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는데, 그걸 들은 전국 AI 스피커들이 자기한테 하는 말이라고 착각해 일제히 쇼핑을 하는 해프닝도 벌어졌어요.
해킹 걱정도 남아 있긴 합니다. AI 스피커는 우리가 깨우면 언제든 빨리 대답하려고 늘 우리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요. 그런데 집에서 우리끼리 하는 말을 AI 스피커가 저장해 어디론가 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못된 해커가 AI 스피커를 아주 예민한 도청 장치로 바꿔놓을 위험이 있는 거예요.
최근 한 연구팀은 사람이 들을 수 없는 고주파를 이용해 인공지능 스피커에 명령을 내리는 실험을 했어요. 그랬더니 이용자 모르게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죠. 아직까지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해킹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일이 드물지만 적어도 실험에선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증명된 셈이죠.
그래서 기업들은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어요. 최근 AI 스피커들에는 '보이스 매칭(Voice Matching)' 기술이 더해지고 있어요. 미리 등록된 목소리에만 반응하도록 하는 거죠. 구글 홈은 얼마 전 여섯 명까지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게 업데이트됐어요. AI 기술과 그에 딸린 보안 기술이 얼마나 발전할지는 함께 지켜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