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사람에게 바이러스 퍼트리는 동물, 1위는 박쥐
입력 : 2018.09.27 03:05
동물에게서 옮은 바이러스
쿠웨이트에 출장 갔다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걸린 한국인 환자가 지난 17일 완치 판정을 받았어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열흘 만이었어요. 그동안 메르스가 퍼질까 봐 무섭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럴 위험은 사실상 끝났다고 해요. 메르스 파동이 처음 일어난 2015년과는 달리 "이번엔 초동 대응이 빨라 질병이 퍼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와요.
3년 전 메르스에 대한 국민적 공포는 대단했어요. 메르스는 치사율이 30%나 되는 무서운 병이에요. 이 병은 알려진 지 몇 년 되지 않았어요. 2012년 한 이집트 미생물학자가 호흡기 질환을 앓는 환자의 폐 조직을 조사하다가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했어요.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은 어떻게 퍼질까요? 바이러스가 뭐길래 이토록 많은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걸까요?
◇사람과 함께 살아온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와 항상 같이 있어요. 공기 중 떠다니는 먼지에도 착 달라붙어 있어요. 평소 건강한 사람은 이런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지요.
하지만 바이러스가 아주 독하거나 개인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면 바이러스성 질환에 걸릴 수 있어요. 그럴 땐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로 치료해요.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독감에 걸리면, 원인이 된 바이러스를 찾아내 없애는 대신 열을 내리는 해열제나 기침을 멎게 하는 약을 먹지요.
여러분은 아마 '독감에 걸린 뒤 치료하는 것보다 아예 독감에 걸리지 않게 백신을 맞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실 거예요. 맞아요. 다만 어려움이 하나 있어요. 병에 걸리지 않게 하려면 각각의 바이러스에 꼭 맞는 약을 개발해야 하는데, 바이러스는 아주 종류가 많아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기본 형태만 198개고, 여기에 변종까지 합치면 수백 종류가 거뜬히 넘어갈 정도예요. 이 모든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막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살 수 없어 다른 생물의 몸에 기생해요. 살아 있는 동물을 숙주 삼아 살아가는 거지요. 바이러스는 숙주가 병에 걸리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병이 너무 심해 숙주가 죽어버리면 바이러스 자신도 죽고 말아요. 이 때문에 웬만해선 숙주 자체가 죽는 위험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지요. 그렇지만 늘 변종이 있어요. 동물 몸속에서 사람 몸속으로 넘어오는 바이러스들이 대표적이에요.
◇동물에게서 옮은 바이러스가 위험해요
전염병이 크게 유행하는 걸 판데믹(Pandemic)이라고 해요. 2000년대 들어서 이런 사태가 자주 일어났습니다. 2003년 홍콩에서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해 299명이 숨졌어요. 2014년엔 에볼라 사태로 서아프리카에서 1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최근 인도 남부에서는 치사율이 75%나 되는 니파 바이러스가 유행했고요.
이들의 공통점은 동물에게서 옮겨왔다는 거예요. 메르스는 낙타, 에볼라는 과일박쥐, 니파는 돼지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옮아온 거예요. 야생 진드기가 사람을 물어 바이러스를 퍼뜨리기도 하죠. 이처럼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넘어온 바이러스를 '동물 매개 바이러스'라고 부릅니다.
3년 전 메르스에 대한 국민적 공포는 대단했어요. 메르스는 치사율이 30%나 되는 무서운 병이에요. 이 병은 알려진 지 몇 년 되지 않았어요. 2012년 한 이집트 미생물학자가 호흡기 질환을 앓는 환자의 폐 조직을 조사하다가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했어요.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은 어떻게 퍼질까요? 바이러스가 뭐길래 이토록 많은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걸까요?
◇사람과 함께 살아온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와 항상 같이 있어요. 공기 중 떠다니는 먼지에도 착 달라붙어 있어요. 평소 건강한 사람은 이런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지요.
하지만 바이러스가 아주 독하거나 개인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면 바이러스성 질환에 걸릴 수 있어요. 그럴 땐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로 치료해요.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독감에 걸리면, 원인이 된 바이러스를 찾아내 없애는 대신 열을 내리는 해열제나 기침을 멎게 하는 약을 먹지요.
여러분은 아마 '독감에 걸린 뒤 치료하는 것보다 아예 독감에 걸리지 않게 백신을 맞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실 거예요. 맞아요. 다만 어려움이 하나 있어요. 병에 걸리지 않게 하려면 각각의 바이러스에 꼭 맞는 약을 개발해야 하는데, 바이러스는 아주 종류가 많아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기본 형태만 198개고, 여기에 변종까지 합치면 수백 종류가 거뜬히 넘어갈 정도예요. 이 모든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막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살 수 없어 다른 생물의 몸에 기생해요. 살아 있는 동물을 숙주 삼아 살아가는 거지요. 바이러스는 숙주가 병에 걸리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병이 너무 심해 숙주가 죽어버리면 바이러스 자신도 죽고 말아요. 이 때문에 웬만해선 숙주 자체가 죽는 위험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지요. 그렇지만 늘 변종이 있어요. 동물 몸속에서 사람 몸속으로 넘어오는 바이러스들이 대표적이에요.
◇동물에게서 옮은 바이러스가 위험해요
전염병이 크게 유행하는 걸 판데믹(Pandemic)이라고 해요. 2000년대 들어서 이런 사태가 자주 일어났습니다. 2003년 홍콩에서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해 299명이 숨졌어요. 2014년엔 에볼라 사태로 서아프리카에서 1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최근 인도 남부에서는 치사율이 75%나 되는 니파 바이러스가 유행했고요.
이들의 공통점은 동물에게서 옮겨왔다는 거예요. 메르스는 낙타, 에볼라는 과일박쥐, 니파는 돼지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옮아온 거예요. 야생 진드기가 사람을 물어 바이러스를 퍼뜨리기도 하죠. 이처럼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넘어온 바이러스를 '동물 매개 바이러스'라고 부릅니다.
- ▲ 그래픽=안병현
큰일 난 건 사람이에요. 낙타 몸에는 메르스 바이러스를 무찌를 항체가 있지만, 사람 몸에는 없거든요. 메르스 환자들의 치사율이 높은 게 그래서예요. 다만, 한 번 사람 몸에 넘어온 바이러스가 다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때는, 처음의 독성이 점점 약해진다고 해요. 메르스 바이러스가 '사람'이라는 새로운 숙주를 찾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진 못했기 때문이에요.
◇바이러스 연구의 핫 키워드 '박쥐'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요즘 박쥐를 주목하고 있어요.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 상당수가 박쥐에서 시작됐기 때문이에요. 박쥐는 포유류 중 유일하게 장거리를 날 수 있어요. 하루에 수백㎞를 날기도 하죠. 박쥐는 사람과 동물을 모두 병들게 하는 '인수공통전염' 바이러스를 많이 가지고 있어요. 들쥐 같은 동물을 설치류라 하는데, 설치류 몸에는 인수공통전염 바이러스가 1.5개 있어요. 박쥐류는 이보다 많은 1.8개를 갖고 있고요.
신기한 건 박쥐에게 이렇게 바이러스가 많은데도 박쥐가 쉽게 죽지 않는 거예요. 면역력이 강하거든요. 과학자들은 박쥐가 생활하는 방식에서 그 이유를 찾아요. 박쥐가 날아다니는 동안 체온이 40℃까지 올라가는데, 체온이 높으면 면역 활동이 활발해져서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어려워져요. 그래서 박쥐 몸속의 바이러스는 박쥐 대신 옮아갈 새로운 숙주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려요. 박쥐 배설물이나 박쥐가 먹던 먹이에 숨어 있다가 거기 접촉한 다른 생물에게 옮아가지요.
과학자들은 최근 박쥐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바이러스성 질병이 많이 퍼졌다고 보고 있어요. 원래 박쥐는 사람과 마주치기 어려운 야생에서 사는데 환경이 망가지면서 가축이나 사람과 자주 만나게 됐습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활동반경을 넓힐 좋은 기회가 온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