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우주인 쉬어가는 '휴게소'… 코끼리 70마리 무게예요

입력 : 2018.09.20 03:00

[국제우주정거장]
공기 유출사고 난 국제우주정거장… 2㎜ 구멍에도 큰 사고 날 수 있죠

지난달 30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정거장 속 공기가 정거장 밖 우주 공간으로 새어 나가는 사고가 났어요. 정거장 선체에 구멍이 뚫린 거예요. 우주정거장은 지상에서 발사한 우주선이 들러 연료를 넣고 또 다른 행성으로 여행을 떠나는 곳이에요. 고속도로 휴게소와 비슷하지요.

우주정거장은 연구 기지이기도 해요. 여러 나라에서 보낸 우주인들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1년간 우주정거장에 머무르며 우주를 연구하지요. 지금 우주정거장에는 러시아인 2명, 미국인 3명, 독일인 1명 등 우주인 6명이 머무르고 있어요. 우주정거장 안은 이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지구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요. 우주에는 공기가 없지만 정거장 안에는 공기가 있어서 우주인이 숨을 쉴 수 있어요. 이번처럼 정거장 속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면 우주인들의 생명이 위험해져요.

이번 사고가 일어난 뒤 정거장에 있던 우주인들은 일단 공기가 덜 빠져나간 안전한 구역으로 이동한 뒤 공기가 새는 곳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사고 나기 두 달 전 국제우주정거장과 결합한 러시아 '소유스 MS-09' 우주선에 금이 갔다는 걸 알아냈어요.

◇우주정거장, 어디가 구멍 났나!

도대체 우주인들은 어떻게 그 구멍을 찾았을까요? 우주인 여섯 명은 우선 우주정거장과 연결된 또 다른 우주화물선에서 공기통을 찾아내 우주정거장 안에 다시 공기를 불어넣었어요. 그 뒤 6명이 협력해 수색을 시작했어요. 유럽우주국(ESA) 소속 독일인 알렉산더 게르스트가 손가락으로 더듬어 부서진 부위를 찾아냈어요. 지름 2㎜짜리 구멍 두 군데였어요.

[재미있는 과학] 우주인 쉬어가는 '휴게소'… 코끼리 70마리 무게예요
/그래픽=안병현
게르스트는 일단 자기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았어요. 함께 수색하던 러시아 우주인들이 게르스트 옆에 달려와 특수 접착제와 의료용 거즈, 강력 접착테이프로 구멍을 때웠어요. 처음엔 제대로 밀봉되지 않아 공기가 다시 빠져나갔어요. 하지만 열심히 수리해 지금은 더 이상 공기가 새지 않게 됐어요.

러시아연방우주청은 누군가 일부러 구멍을 뚫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어요. 구멍이 명백하게 선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뚫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래요.



◇전에도 사고는 있었어요

이 우주정거장에서 비상사태가 일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2006년 9월에는 정거장 안에 공기를 불어넣는 '산소발생기'에서 유독성 연기가 나왔습니다. 우주인들이 방독면을 쓰고 장갑을 낀 채 유독 물질을 제거해 30분 만에 사태를 수습했어요.

만약 앞으로도 정거장 선체에 심각한 사고가 생기면, 우주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일단 사고가 일어난 '모듈'을 폐쇄해야 해요. 모듈이란 우주정거장을 이룬 독립 구조물 15개 하나하나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우주인들을 지구로 데려갈 새 우주선이 도착할 때까지 우주인들은 정거장 안에 있는 아직 안전한 모듈을 찾아 그곳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정거장에서 화재나 폭발이 일어나면 상황은 더 심각해져요. 우주인 생명이 위험할 수 있거든요. 미 항공우주국(NASA)은 그런 일에 대비해 우주 구명보트를 만들고 있어요. 우주 구명보트는 우주정거장에 사고가 났을 때 우주인을 지구와 가까운 낮은 궤도로 옮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바다에서 조난당했을 때 타는 구명보트 같은 거죠.



◇우주정거장, 2024년에 은퇴

1969년 미국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할 때까지만 해도 인간은 우주에서 고작 4~5일밖에 머무를 수 없었어요. 인간이 우주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1998년 미국과 러시아, 일본, 캐나다, 유럽 등 16개 국가가 함께 국제우주정거장을 만들었어요.

국제우주정거장은 지상에서 약 350㎞ 떨어진 궤도를 초속 7.8㎞로 돌고 있어요. 지구 주변을 하루 15.5바퀴씩 돌고 있지요. 하지만 우주정거장을 언제까지나 쓸 순 없어요. 운석 등에 부딪혀 겉에 흠집이 나기도 하고, 시설도 차차 낡아가기 때문이죠. 원래 우주정거장은 2020년까지 쓰다가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폐기할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미 항공우주국과 러시아연방우주청이 힘을 합쳐 2024년까지 4년 더 쓰기로 합의했어요.

◇다 쓴 우주정거장 어떻게 할까

2024년 이후 국제우주정거장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인간이 우주에 만든 우주정거장은 국제우주정거장뿐이 아니에요. 러시아가 '미르'라는 우주정거장을 만든 적도 있지요. 러시아는 2001년 미르의 수명이 다하자 , 우주 공간에서 해체하는 대신 그대로 대기권으로 추락시켜 대기 중에서 불태웠어요.

미르는 크기가 작아서 모두 불타 없어졌지만 국제우주정거장은 길이 73m, 폭 109m, 무게 420t에 달해요. 축구장 하나만 한 크기, 코끼리 70마리 무게죠. 수컷 코끼리 한 마리가 약 6t이거든요. 대기 중에서 선체가 다 타지 않고 도심으로 떨어진다면 큰일 나죠. 그렇다고 대기권에 들어오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게 되면, 역사상 가장 큰 우주쓰레기가 될 수 있어요.

안전하게 분해해 조금씩 지구로 가져오는 방법도 있지만 어려움이 많아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 정거장은 규모가 엄청나요. 조각조각 분해하더라도 지구로 가져오려면 우주선으로 27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해요. 한 번 우주선을 발사하는 데 200억~300억원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돈이 들지요.

이 때문에 러시아연방우주청은 우주정거장 일부 모듈을 재활용해 미니 우주정거장'옵섹(OPSEK)'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재활용한 모듈에 새 모듈을 추가해 무게 100t짜리 우주정거장을 만들겠다는 거예요. 원래 있던 우주정거장의 4분의 1 크기로요.



서금영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